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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진 겨울 견디는 냉이 같은 몽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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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우면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2건 조회 3,298회 작성일 14-03-11 10:36

본문

아내는 “봄바람 불면 가슴이 울렁거려 냉이를 캐러 나갔다”고 하더군요. ^^
이번주는 권정생의 <몽실 언니>와 냉이 이야기입니다. 위클리공감 기고글.

모진 겨울 견디는 냉이 같은 몽실이

1
 
권정생의 장편동화 <몽실 언니>는 6·25전쟁통에 부모를 잃고 동생들을 키우는 몽실이 이야기다. 이 책을 읽고 한참 지나도 남는 이미지는 냉이를 캐는 장면과 포대기로 어린 동생을 업고 있는 몽실이 모습이다. 이제는 둘 다 추억 속으로 사라져가는 장면들이다.
해방 직후 먹고 살 것이 마땅치 않았다. 아버지가 돈 벌러 간 사이 몽실이 어머니는 자식들과 함께 굶주리다 몽실이를 데리고 다른 집으로 시집을 간다. 아버지를 버리고 떠나던 날, 길가에는 냉이꽃이 피었다.
 
2
 
‘냉이꽃이 하얗게 자북자북 피었다. 골목길은 너무도 환하고 따뜻하다. (…) 그러나 진달래꽃은 벌써 져 버린 지 오래다.’(8쪽)
새아버지는 동생이 태어나자 몽실이를 모질게 대해 절름발이로 만들고, 몽실이는 다시 홀로 친아버지에게 돌아온다. 몽실이는 아버지가 머슴을 사는 사이 새어머니 북촌댁과 나물로 죽을 끓여먹으며 간신히 버텨 나간다.
6·25가 발발해 아버지가 전쟁터로 끌려간 뒤 새어머니는 동생 난남이를 낳고 죽는다. 몽실이는 난남이를 업어 키우며 온갖 시련을 겪지만, 아버지와 친어머니마저 잇따라 죽으면서 아버지·어머니가 서로 다른 세 동생이 남겨진다. 이런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며 이웃들을 감싸려는 몽실이의 모습이 감동을 준다. 작가는 몽실이의 입을 통해 “아주 조그만 불행도, 그 뒤에 아주 큰 원인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동화에 나오는 냉이는 기본적으로 가을에 발아해 월동한 다음 이른 봄에 성장해 꽃을 피운다. 3∼6월에 십자화 모양으로 흰색 꽃이 핀다. 꽃자루가 나오기 전 어린 잎과 뿌리가 우리가 먹는 나물이다. 모진 한겨울에도 끈질기게 살아남아 새봄에 사람들에게 영양분을 제공하는 냉이는 몽실이와 많이 닮았다.
우리 어머니도 봄기운이 돌면 언 땅을 뚫고 올라오는 것이라 원기 회복에 좋다며 냉잇국을 끓였다. 독특한 향과 잘근잘근 씹히는 맛이 그만이었다. 어린 시절 동네 여자애들은 양지바른 언덕에 모여 쑥과 냉이를 캤다. 아내는 냉이 얘기가 나오자 “어려서 봄바람이 불면 가슴이 울렁거려 방 안에만 있을 수 없었다”며 “전주 천변에 간 것은 꼭 냉이 캐려는 것만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책에는 냉이 외에도 많은 나물이 나온다. 몽실이는 댓골에 살 때 순덕이와 함께 돌나물을 캐고, 노루실에 살 때도 배가 고파 ‘바디나물, 고수나물, 뚜깔나물, 개미나리, 칫동아리나물, 미역나물, 잔대나물, 싸리나물’을 정신없이 캤다. 바디나물은 부드러운 잎과 순을 먹는 나물로 잎이 줄기를 날개 모양으로 감싸는 것이 특징이다. 지금은 모두 별미로 먹는 나물들이지만, 몽실이가 자란 어려운 시절에는 기근 해결에 일조하는 구황식물들이었다.
1980년대에 나온 책인데도 몽실이가 만나는 인민군 청년과 여군을 인간적으로 그려놓은 것이 이채롭다. 잡지에 연재할 당시 인민군 청년이 몽실이를 찾아와 통일이 되면 서로 편지를 하자고 주소를 적어주는 장면은 당국이 문제 삼아 삭제됐다고 한다. 1984년 출판 이후 지금까지 100만부 넘게 팔렸다. 1990년 하반기 TV 드라마로도 방송됐다.
저자 권정생(1937~2007)은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해방 직후 우리나라로 돌아왔다. 경북 안동에서 마을 교회 종지기로 가난하게 살면서도 어린이들을 위해 <몽실 언니> 외에 <강아지똥>, <오소리네 집 꽃밭>, <한티재 하늘>, <무명저고리와 엄마> 등 주옥 같은 작품들을 남겼다.
 
글·김민철(조선일보 기자·<문학 속에 핀 꽃들> 저자) 2014.03.10

댓글목록

들꽃아재님의 댓글의 댓글

no_profile 들꽃아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면산님 그날 통화와 정모에서 얘기한데로 언제든지 제가 야사모에 올린 꽃 외에도 연락 주시면
보내드리겠습니다~~

영감님의 댓글

no_profile 영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눈보라 치는 엄동설한을 이겨내며 봄바람이 살랑살랑부는 요즘에 울동네 곳곳에서 냉이캐는 할머니들이 가끔 눈에 들어 옵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녀석도 요즘 대세인 복수초, 노루귀, 바람꽃 만큼 이쁘게 보이더군요....
그래도 녀석은 먹을것이 풍족하지 못했던 과거에 배고품을 달래야했던 때에 요기거리 나물로 먹을 수 있었다는 것이 기특 했다는 생각이 들고요.
요즘에는 무국에 냉이무침이나 된장국을 끓이면 이보다 더한 먹거리가 없을듯도 합니다.
이케 사는 모습과 어우러져 있는 야생초 이야기를  접하면 한참을 생각하게 하곤 합니다...  우면산님 감사 합니다^^

가슴이따뜻한사람님의 댓글

no_profile 가슴이따뜻한사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리주변에 흔하게 있는 나물 이지만 가슴아픈 과거를
잊고 사는것은 아닌지 한번 생각키웁니다.

흑산도푸르미님의 댓글

no_profile 흑산도푸르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러니까 때는 90년대 중반 쯤이었을 것이다.
TV에서 봄소식을 알리는 냉이 이야기가 나온다.  냉이가 뭐지?... 곰곰히 생각해도 처음 듣는다.
그리고 야사모를 기웃거릴 때 쯤인 200년대 중반 어느날~
우리 어머니께서 냉이국을 끓이셨다.
"엄마~ 이거 먼 국이다요?"
"그것이 냉이라고 하드라... 여그서는 안묵는데 육지 사람들이 국끓여먹는다고 해서 한 번 해봤는데 먹을만 하냐?"
"에이... 맛이 이상해브요."
내가 냉이를 처음 접했던 모습이다.
며칠 전, 어머니께서 냉이국을 끓이셨다.
"나는 이거 무슨맛인줄 모르겠던데... 드실만 합디요?"
"다들 맛있당께 끓였어야. 나도 맛은 별로드라."
그렇다... 우리 흑산도 섬사람들에겐 냉이가 별로다.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나물이라구요?? 아니다, 우리 흑산도에서만큼은 아니다.
3월인 지금도 밭에는 겨울을 이겨낸 배추와 무우가 그대로 심겨져있는 시금치도 잔뜩이다.
이러하니 맛없는 냉이가 밥상으로 올라올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한 겨울에 무우채나물, 배추나물, 시금치나물이 늘 밥상위에 올라오는 남도의 섬은 냉이도 찬밥신세인 것이다.
냉이를 사투리로 뭐라 하셨는데... 까먹었네요... 다시 알아오리다.

토담님의 댓글

토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참! 아이러니다.
난 52년 625전쟁 종전되던 해에 태어났다.
식물에는 관심도 없어 초근목피에 아마도 달래냉이는 동요에 나오는 것처럼 친숙한 우리의 초근일 터.
초근도 많이 많이 먹고 자라고 목피-어린 소나무 새순 껍데기-도 많이 많이 먹고 자란 내가, 냉이 꽃을 야생화 사진찍기를 하기 전엔 몰랐다는게...
지금도 달래가 꽃을 피우는지 안피우는지 모르겠다.
지금도 마트에서 달래사다 간장에 섞어 김에 싸 먹으면 맛이 그만이라는 생각밖엔...

세월이 좋아져서 지금은 이만큼 삽니다...ㅎㅎ

도톨님의 댓글

no_profile 도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와~냉이된장국 먹고 싶어집니다
데쳐서 초고추장에 무쳐 먹어도 얼마나 맛있는데요
문제는 냉이 손질하기가 여간 성가신것이 문제지요!!!

삼백초꽃님의 댓글

no_profile 삼백초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냉이맛은 잘 몰라요.....
허지만 이른봄에 나오는 냉이가 춘곤증에 좋고 꽃피고 나면 씨가 눈에 좋다는 말은 들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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