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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의 꽃이야기] 잡초, 그 치열한 생명을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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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우구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8건 조회 2,646회 작성일 16-06-02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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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사모 회원이신 조선일보 김민철 논설위원의 야생화 관련 오늘자(16.6.2)기사 입니다


[김민철의 꽃이야기] 잡초, 그 치열한 생명을 위한 변명

국립수목원, 첫 잡초 전시회… 흔한 풀 40여종 모델로 등장
바랭이는 '잡초의 대명사', 망초·개망초도 요즘 왕성
잡초는 이름 없고 쓸모없다? 다양한 용도 대비해 보존해야

                  
요즘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에서는 이색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논밭은 물론 보도블록, 공터, 습지에서 자라는 잡초들을 모아 전시하고 있는 것이다. 전시회 제목은 '잡초를 보는 새로운 시각, 잡초에 반하다'. 토끼풀, 서양민들레, 냉이, 쑥, 질경이, 애기똥풀 같은 잡초들이 원래 사는 환경과 유사하게 꾸민 전시대에 올라 있다. 국립수목원은 "잡초가 더 이상 '이름 없고 쓸모없는 풀'이 아니라 각자 특징과 이름을 가진 생태계 구성원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수목원 직원 이진아씨는 "아침마다 물을 주는데 잡초들이 이런 귀한 대접을 받기는 처음일 것"이라며 웃었다. 국내에서 잡초 전시회가 열리는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양평에서 온 손기영(64)씨는 "잡초도 전시대에 놓으니 근사하고 하나하나 예쁘다"며 "집 화단에서 잡초를 뽑아내면서도 미안하긴 했다"고 말했다.

잡초(雜草)는 사람이 재배하는 작물(作物)의 상대적인 개념인데, 인간 입장에서 자의적으로 구분한 것이다. 수목원은 잡초를 '사람이 관리하지 않은 식물'로 해석했다. 그러다 보니 어엿한 야생화로 생각해온 꽃들도 잡초 목록에 올라 있다. 씀바귀나 꿀풀은 몰라도 금창초나 꽃향유, 영아자 같은 꽃들은 잡초 취급을 받는 것이 좀 억울할 것 같았다. 이렇게 모두 128개 잡초를 찾아 이 중 요즘 볼 수 있는 잡초 40여종을 전시했다. 수목원 구석구석에서 잡초를 찾아보는 체험행사도 하고 있다. 전시회는 11일까지 열린다.

주변 식물에 관심을 갖다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잡초다. 이들은 강인한 생명력을 가졌고 작고 가벼운 씨앗을 대량 생산해 맹렬하게 퍼뜨리기 때문에 주변에 많을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 도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강아지풀, 쑥, 서양민들레에다 바랭이, 왕바랭이, 망초, 개망초, 쇠비름, 명아주, 환삼덩굴 정도가 아닐까 싶다.

[김민철의 꽃이야기] 잡초, 그 치열한 생명을 위한 변명 /이철원 기자
바랭이는 잡초의 대명사다. 지면을 기면서 마디마다 뿌리를 내리는 방식으로 빠르게 퍼져 밭이나 과수원, 길가를 순식간에 장악한다. 뽑아내도 한 마디만 남아 있으면 다시 살아나기 때문에 뽑아도 뽑아도 계속 생긴다. 농민 입장에서는 이런 원수가 없다. 시골에 계신 아버지는 "(잡초 중에서) 젤 징글징글헌 놈"이라고 했다. 반면 일본 잡초생태학자 이나가키 히데히로는 '풀들의 전략'이란 책에서 부드러운 기품과 빠른 세력 형성을 들어 바랭이를 '잡초의 여왕'이라고 했다.

왕바랭이는 옆으로 퍼지지 않는 대신 여러 줄기가 뭉쳐서 밟혀도 별 문제 없는 몸을 만들었다. 억세고 다부지게 생겨 남성적이다. 땅속으로 뻗는 뿌리도 깊어 여간해선 잘 뽑히지도 않는다. '풀들의 전략'에서는 왕바랭이의 굵은 이삭이 '호걸의 짙은 눈썹' 같다고 했다.

망초와 개망초 구분은 야생화 공부의 시작이다. 야생화 모임에 가면 "내가 망초와 개망초도 구분하지 못했을 때…"라는 말을 가끔 듣는다. 요즘 공터에서 꽃 핀 개망초와 쑥쑥 크는 망초 무리를 흔히 볼 수 있다. 개망초는 꽃 모양을 제대로 갖춘, 그런대로 예쁜 꽃이다. 흰 혀꽃에 노란 중심부를 보고 아이들이 '계란꽃' 또는 '계란후라이꽃'이라 부른다. 반면 망초는 꽃이 볼품없이 피는 듯 마는 듯 지는 식물이다. 식물 이름에 '개'자가 들어가면 더 볼품없다는 뜻인데, 개망초꽃은 망초꽃보다 더 예쁘다. 망초라는 이름은 개화기 나라가 망할 때 들어와 전국에 퍼진 풀이라고 붙여진 것이다.

쇠비름은 가지를 많이 치면서 사방으로 퍼져 방석 모양으로 땅을 덮는다. 뽑더라도 그대로 두면 다시 살아날 정도로 끈질기다. 내가 읽은 소설 중에서 잡초를 가장 실감 나게 묘사한 소설은 천명관의 장편 '나의 삼촌 브루스 리'다. '쇠비름보다 더 악랄한 새끼!' '뽑아내도 뽑아내도 질기게 다시 뿌리를 내리는 쇠비름처럼…' 같은 대목이 있다. 명아주도 어디에나 흔하디흔한 잡초의 하나다. 줄기 가운데 달리는 어린잎이 붉은빛이나 흰빛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다 자란 명아주를 말려 만든 지팡이를 청려장(靑藜杖)이라 하는데, 가볍고 단단해 지팡이로 제격이다.

국립수목원 전시회에 나온 풀들은 처음 받아보는 관심과 호강에 쑥스러운 듯했다.
새삼 풀들이 예쁘게 보였다. 요즘 잡초의 다양한 용도에 대한 탐색이 한창이다. 냉이·민들레처럼 건강식으로 각광을 받는 식물도 있고 개똥쑥은 항암작용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보기도 힘들어졌다. 잡초의 놀라운 생명력을 작물에 결합시키면 병충해에 끄떡없는 품종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다양한 용도에 대비해 잡초도 잘 보존하며 활용 방안들을 찾아가야겠다.


김민철 논설위원
                    김민철 논설위원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댓글목록

설용화님의 댓글

설용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재미있고 좋은 글 잘봤습니다.

바랭이....번식력도 좋고
잔디나 농작물에는 많이 안좋더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환삼덩굴이 잡초 중에 최고라는...^^

슬기님의 댓글

no_profile 슬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잡초의 생명력은 아마도 우리가 배워야 할점이 아닌가 합니다
좋은취지 네요 ..
세상 에 쓸모 없는것은  없는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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