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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밤나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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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설용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2,451회 작성일 17-06-2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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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밤나무 이야기

 

김천환(수필가 ·농어촌환경기술연구소 고문) 


천안~논산고속도로 논산방향으로 차령고개의 긴 터널을 지나 산 중턱에 있는 정안휴게소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커피를 마시다보면 커피향보다 밤나무 꽃내음이 더 강하게 코를 자극한다. 밤나무 꽃을 처음 보는 사람은 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꽃모양이 독특하다. 긴 꽃줄기에 아주 작은 꽃과 하얀 털처럼 보이는 꽃술이 수없이 많아 하얀 쥐꼬리가 연상될 정도의 볼품없는 꽃이지만 자기만의 독특한 향기를 품어내는 꽃이다. 밤꽃의 모양이나 색깔이 다른 식물들처럼 화려하지 않아서 곤충들의 눈에 띠기 어렵다고 생각한 밤나무는 다른 나무들보다 더욱 강하고 독특한 향기를 바람에 날려서 벌이나 나비를 불러 모아 수정(受精)이 잘 되도록 하는 지혜로운 나무다.

 

밤꽃 향기는 남성이 연상되는 꽃내음을 자극적으로 뿜어내기 때문에 남향(男香) 또는 양향(陽香)이라고 할 정도다. 젊은 과부가 허벅지를 꼬집어가며 동지섣달 긴긴 밤을 견딜 수는 있어도 밤꽃 냄새가 진동하는 오뉴월 밤은 견디기 힘들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래서일까. 옛날부터 집 울타리 안에는 밤나무를 심지 않았으며 밤꽃 필 무렵에 여인들의 몸가짐을 조심해야 된다고 말할 정도로 밤꽃에는 특별한 꽃향기가 있다.

이른 봄에 밤나무가지에 붉은 혹이 가끔 보이는데 밤나무의 해충인 혹벌의 알이 들어있는 집이다. 밤나무는 이른 봄에 혹벌의 집을 붉은색으로 변색시켜서 열매처럼 보이게 하면 새들이 쪼아서 애벌레를 잡아먹도록 하기도 한다. 또 밤알이 완전히 익을 때까지 밤송이에 각종 해충이나 동물들의 접근을 막기 위하여 억세고 날카로운 가시로 자기 몸을 보호할 줄 아는 나무이기도하다.

밤나무는 알밤을 땅 속에 묻어 놓으면 봄에 새싹이 나오는데 알밤속의 영양분을 모두 어린 밤나무에 먹여주고 밤알의 껍질만 남는다. 땅속의 알밤껍질은 썩지 않고 몇 년간 애기밤나무의 성장을 지켜보다가 밤이 열리기 시작하면 껍질이 썩는다고 한다. 자식을 낳아 길러서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모의 마음처럼 밤나무도 강한 종족보존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모습을 본 우리 선조들은 조상의 은덕을 영원히 잊지 않을 뿐만 아니라 후손들이 자자손손 끊임없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밤나무로 만든 조상의 위패(位牌)를 만들어 모시기 시작했다고 한다. 제사지낼 때 사용되는 여러 가지 과일 중에서 대추, , , 감을 기본과일로 사용하면서 조율이시(棗栗梨枾)라는 제례용어까지 생길 정도로 밤나무는 우리 민족의 생활과 문화에 다양하고 깊숙하게 스며들어 있는 나무다.

자연의 섭리이고 오랜 진화과정을 거친 결과라고는 하지만 밤나무가 종족보존을 위하여 자연에 순응하고 적응해가는 신비스런 지혜를 보면서 오늘의 부모들은 자식을 지나칠 정도로 교육하고 보호하지만 우리 민족 고유의 아름다운 효심이나 조상숭배사상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는 아쉬운 생각이 나만의 과민일까?


원본 http://m.joongdo.co.kr/jsp/article/article_view.jsp?pq=201706272560#cb

댓글목록

설용화님의 댓글

설용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옥가실님 글이 중도 일보에...

정안휴게소 제가 개인적으로 전국의 휴게소 중 멋진 곳으로 손가락으로 뽑습니다.
양쪽 다~

제가 느끼는 밤나무는 꽃이 참 오랫동안 핍니다.
부여, 공주 특히 공주는 밤나무가 참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양봉 하는 분들도 공주에 많은 듯 하고요

*밤나무 꿀은 약이 된다고 하더군요
*밤나무는 장작으로 쓸 때 조심 하여야 되는데, 탈 때 이산화탄소가 많이 발생 한다고 하더군요
*저의 어머니께서는 잘 생긴 남자 한테 깍아 놓은 밤처럼 예쁘다 하십니다.^^

윤라파엘님의 댓글

윤라파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세종으로 이사간 딸집에서 천안연수원 다니다 만나는 정안 이란 지명이 반갑네요.
거기 밤나무가 많군요.
밤꽃 이야기 재미있게 잘 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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