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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가실의 수필 '고란사에 고란초가 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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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옥가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7건 조회 2,049회 작성일 17-10-2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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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고란사에 고란초가 사라지나?

                                         김천환(수필가, ()농어촌환경기술연구소 고문)

                                         중도일보 20171018일자 게재

 

 구곡간장 올올이 찢어지는 애잔한 고란사 종소리를 들으며 옛 추억을 더듬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다. 부여 고향집에 일이 있어 혼자 왔다가 여유시간이 생겨

오랜만에 한적하게 부소산에 올라 고란사를 찾았다. 사자루에서 낙화암을 거처 고란사에

이르는 꼬불꼬불하고 경사가 급한 도로를 조심스럽게 내려가면서 옛날에 오르내리던

추억이 오롯이 떠오른다.

신라와 당나라 연합군에 쫓기던 백제의 삼천궁녀들이 꽃잎처럼 백마강에 몸을 던졌다는

낙화암에 오르니 동북쪽으로 계룡산(鷄龍山)의 닭 벼슬처럼 생긴 뾰족뾰족한 산봉우리들이

파란가을하늘에 가마득하게 보인다. 도도히 흐르는 백마강(금강)은 풍요로움과 유구한 역사를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낙화암의 백화정(百花亭)아래 바위틈에 곱게 핀 파란하늘색 '좀닭의장풀'꽃과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거리는 노란 '기린초'꽃들이 커다란 바위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낙화암 분위기를

부드럽고 평온하게 하면서 손님들을 반기고 있다. 낙화암의 주변풍광이나 절벽의 높이가 비슷하기도

하지만 독일의 라일강변에 있는 로렐라이 언덕이 떠오를 정도로 낙화암을 보는 느낌이 새롭기만 하다.

고란사(皐蘭寺)에는 마시면 젊어진다는 약수와 바위절벽 틈에서 살고 있는 고란초(皐蘭草)

유명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리라. 하지만 약수는 옛날처럼 변함없이 흘러나오는데

고란초는 보이지 않고 절벽위에 고란초라고 쓴 표지판만 보인다.

이곳 고란초는 원효대사가 백마강의 강물을 마시며 느낀 물맛으로 강 상류에 고란초가 있음을 알고

부소산 절벽에서 찾아내어 세상에 알려졌다고 전해진다. 1,500년 넘게 이곳에서 살아온 고란초가

고란사 약수터 위의 절벽 바위틈 여기저기에서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언제부터인가 차츰 차츰 포기수가

줄어들더니 안타깝게도 오늘은 멸종위기를 느끼게 한다. 잎의 모양이나 색깔을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고란초가 3~4포기만 보일 정도다. 그것도 고란사스님이 위치를 설명해주어 고란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뿐이지 일반인들은 쉽게 찾을 수도 알아보기도 어려운 상태이다.

고란초가 있었던 절벽아래를 흐르던 약수 물이 자연스럽게 증발되어 고란초에 필요한 수분이나

영양물질이 공급되었을 것인데 약수를 보호하기 위하여 만든 약수터의 지붕 때문에 수분공급이

원활하지 못하여 고란초가 쇠퇴해져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란사의 고란초

상태가 안타깝기만 하다.

고란초는 고란사의 뿌리요 생명임에 틀림없다. 천오백년이상 이곳 부소산 절벽에서 살아온 고란초의 

이름을 따서 고란사라는 절 이름을 얻을 수 있었고 천년이 넘게 고란사란 이름으로 오늘에 이르고 있는

역사 깊고 유명한 사찰이다. 고란초 없는 고란사는 의미나 가치가 상실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접근성의 어려움도 있겠지만 어쩐지 한산하고 초라해 보이기만 하는 고란사를 보면서 사비시대에

찬란했던 백제문화예술의 역사적 정서가 고란초와 함께 사라질까 우려된다.

댓글목록

대전청솔님의 댓글

no_profile 대전청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수고하셨습니다
고란초는 작년12월에 3포기를  아주 빈약하게 있는모습을 보고왔는데 갈수록 더 심해지는군요

몽블랑님의 댓글

몽블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렇지요
고란사에 고란초가 없으면 뭔가 너무 허전할 것 같은 느낌입니다
우물옆 어떤 유리관속에 몇포기기 보존되어 있었는데 그것도 여의치 않은 모양이군요...

설용화님의 댓글

설용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러고 보니 제가 고란사에 다녀 온지 오래 되었군요

40여년전 부친이 동네 야산에 산책 다녀 오시면서
뜯어 온 고란초가 생각납니다.^^

 돌 있는 야산에는
고란초가 많은데....

raphael님의 댓글

raphae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우물위 인공적인 보호시설들이 어색해 보이더니 결국 나쁜 환경이 되었네요.
사람들의 생각데로 자연은 부응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되는 소식을 접해 봅니다.

고란초가 살아나기를 빕니다.

킹스밸리님의 댓글

no_profile 킹스밸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다행스럽게도 고란초는 여기저기 많이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겠지만, 그래도 고란사에는 고란초가 있었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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