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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지 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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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뜬구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1건 조회 2,019회 작성일 03-03-10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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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사진 ; 얼레지 꽃봉오리 아랫사진 ; 구멍난 산자고 오랜만에 자원방래한 친구가 있어 토욜 저녁에 영남지부 벙개를 마치고 돌아오자 마자 밤새 수담을 나누고 아침에 잠시 눈을 부치자마자 일어나보니 벌써 아홉시가 다되어 간다. 간단히 세수를 하고 아침 식사를 할려는 데 기하님에게서 빨리 오라는 전화가 온다. 웬만하면 오랜만에 만난 친구랑 하루종일 같이 있고 싶었지만, 지난주 보았던 얼레지 싹이 눈앞에 어른거려서 차마 떨치고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창원에서 출발하는 운전대를 잡은 기하님, 멀리 대구에서 기대치 않게 혼자 찾아 오신 알카포카님, 진주의 선종진님, 창원의 김진숙님과 나까지 한차에 타고 출발하였고, 이미 진례 쪽에서 넘어 온 류성원님, 이진용님은 먼저 출발한 창원의 노일준님과 함께 장유 계곡 초입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계곡물은 며칠간의 지리한(?) 봄비 탓인지 수량이 풍부하고 조그만 산 계곡물치고는 의외로 아주 맑아서 마치 설악의 어드메 계곡을 가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하였다. 옆에서 걷던 김진숙님은 오랜만의 산행이 너무나 즐거웠는지 연신 감탄사를 연발하고 도저히 나이에 어울리지 않은 해맑은 얼굴에 미소가 가시지를 않는다. 뺨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은 봄 숲속의 정기를 머금은 듯 풋풋하기 그지 없었다. 우리들은 마치 봄 소풍가는 어린애들 마냥 다들 조금씩은 들떠 있었던 게 틀림없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졌는지 뒤에서 오던 아마불님이 좀 천천히 가지고 난리다. 하긴 그 몸에 속보는 좀 무리긴 하지만 그도 곧 보게될 얼레지, 노루귀, 현호색을 볼 기대로 하여 즐거운 기색이 역력하다. 언뜻 화왕산 복수초 탐방 때가 생각났다. 처음 갔을 때는 눈이 발목까지 푹푹 빠져서 자생지 확인조차 제대로 못하고 그냥 내려 왔다가 2주 뒤에는 잔뜩 기대를 하고 갔다가 실망감만 가득 안고 되돌아 왔던 씁쓸했던 그 때가 왜 화필이면 이 때 생각이 나는 지는 모를 일이었다. 혹 이번에도 얼레지를 못보는 건 아닐까하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지난 주 얼레지가 꽃대를 물고 여기저기서 싹을 튀우고 있던 것을 보고 왔던 터라 이번에 얼레지를 못보게 되리라곤 생각조차 하기 않았다. 군락지에 당도하자 마자 나는 일대를 이잡듯이 뒤지기 시작하였다. 아쉬운 것은 몇년전부터 노안이 시작되어 가성근시를 풀어 줄 요량으로 안경 돗수를 일부러 낮춰 끼고 있어서 교정시력이 변변치 않은 상태였다. 땅에 엎드리듯 기어가던 나는 곧 노루귀를 발견하였으나 왠일인지 꽃 색이 전만 같지 않았다. 그렇게 앙증맞게 진한 분홍색으로 피어 있던 넘들이 이번에는 거의 흰색에 가까울 정도로 색이 바래 있었다. 벌써 노루귀는 끝물인 탓이리라. 길 바로 옆에 전보다 꽃대를 훨씬 많이 문 현호색이 우릴 반겨 주었다. 그러나, 솔직히 현호색은 관심이 별로 없었다. 참으로 지난 주에 비하면 사치(?)스런 생각이 아닐 수 없어서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초봄의 야생화는 그만치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탓이리라. 계곡을 따라 한참을 올라 갔지만 색 바랜 새끼 노루귀들만이 간간히 있을 뿐, 얼레지는 지난 주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긴 난형의 촉촉히 젖은 부드러운 가죽같은 잎사귀만 보일 뿐, 꽃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너무 높히 올라 왔나 싶어 다시 계곡을 벗어나 비탈을 가로 질러 아랫 쪽으로 내려 가 보았으나 여전히 얼레지는 그 고고한 귀부인같은 자태를 어디에 숨기고 있는 지 눈에 뛰지를 않았다. 그러나, 길가 낮은 비탈 쪽으로 군락이 밀집하고 있는 곳에 이르자 꼿꼿히 고개를 곧추 세우고 있는 꽃대를 발견하였고, 그래서 꽃잎을 뒤로 화들짝 젖혀 있는 넘들을 금방이라도 만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일단 배낭을 풀고 꽃대를 잎 속에 말아서 마치 새끼를 품에 안고 있는 듯한 모양을 하고 있는 그넘들을 찍기 시작하였다. 마침 햇빛은 구름에 가려 촬영은 원만치가 않았다. 이넘이 좋은 거 같아서 찍고 있으면 금방 바로 옆에 더 좋은 넘이 보이고 간간히 진한 색의 노루귀가 보이면 그넘도 찍고 그러다 보니 배낭은 어느새 나와 멀리 떨어지곤 하였다. 결국 우리들은 제대로 핀 얼레지 한촉 못보고 서운한 마음을 달래면서 하산을 서두를 수 밖에 없었다. 벌써 점심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더 이상 꽃핀 넘을 찾기가 무망한 맘이 허탈해서였고 사진을 찍지 않는 분들에겐 다분히 무의미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산을 내려오는 길에 길가에 바위 바로 위에 피어 있는 깜직한 노루귀를 진용님이 발견하고는 모두들 어린애들 마냥 좋아하면서 그 조그만 꽃을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찍었다. 단체 기념사진을 찍을 요량으로 잠시 계곡 쪽으로 내려가 쉬고 있는데 진용님이 계곡 건너편에 생강나무를 발견하였다. 마침 기하님도 아직 안오고, 얼레지를 제대로 못찍은 탓에 CF 메모리 카드의 용량도 많이 남기도 해서 우린 계곡을 건너갔다. 산수유와의 차이점들을 이야기하며 이리저리 각도를 보아가며 생강나무 꽃을 찍고 있는데, 기하님이 당도하였다. 갑자기 기하님이 앗 산자고네 하고 놀란다. 우습게도 진용님과 내가 서 있던 바로 그 자리에 놀랍게도 산자고 두촉이 꽃을 물고 있는 게 보였다. 역시 기하님이나 이팝님같이 눈 밝은 사람은 우리같은 사진쟁이하고는 이렇게 엄청난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마침 지나가던 김광섭님과 장진권님까지 합세하여그 좁은 자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열씨미 촬영을 하였다. 촬영하다가 발견한 것인데 이상하게 꽃잎에 작은 구멍이 하나 있었다. 마치 벌레가 먹은 것처럼 나 있는 이 조고만 구멍은 어떻게 생겼을까? 아까 낙엽을 뚫고 올라오던 얼레지 싹을 본 기억이 났지만 이넘도 꽃봉오리 시절에 그 속에 작은 돌이라도 품고 있있던 것일까? 곧이어 저기서 성원님이 제비꽃을 발견하였다고 소리를 친다. 나는 무엇이던 한자리에서 최소 열컷 이상은 찍는 편인데, 김광섭님과 장진권님은 잠깐이면 됩니다하더니 불과 일분도 안 걸려 사진을 다 찍고는 다른 데로 이동을 한다. 별로 싱싱치도 않은 산자고와 나는 한 십여분 이상을 씨름하다가 제비꽃있는 데로 가보니 기하님 역시 열심히 제비꽃과 씨름하고 있었다. 짙은 청보라빛 제비꽃 옆에 마침 싱싱한 이끼가 융단처럼 깔려 있었고, 단 한촉에서 제법 많은 꽃대가 올라와 있어서 꽤나 모양새가 있어 보여 나는 그기서 또 한 십여분을 촬영에 몰두하였으나 서쪽 사면이라 도저히 역광이 나오지 않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근 한시간 가까이를 생강나무, 산자고, 제비꽃과 씨름하다보니 어느새 얼레지에 대한 섭섭한 마음이 많이 가셨다. 오늘만 날이 아니고 새털같이 많은 날에 언제든지 다시 와서 보면 될 일이기도 하였던 것이다. 역광에 진분홍으로 고고히 빛나는 얼레지여. 내 비록 오늘은 돌아서 가지만 언젠가는 너를 다시 찿으마고 속으로 다짐을 하며, 오히려 귀한 것은 아껴가며 보리라하는 자위를 하며 촬영하느라 깜빡 잊고 있었던 고픈 배를 달래기 위해 우리들은 하산을 재촉하였다.

댓글목록

얼레지님의 댓글

얼레지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훔...
분명 얼레지 사진 올리기 전에 지한티 허락받으라거 혔을틴디요...
초상권 침해로다 소송을 걸어 말어 ㅡ.ㅡ+
글거 나이테님 얼레기 고넘이라니염 ㅡ.ㅡㅋ
후미...

바위솔님의 댓글

no_profile 바위솔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현호색님 참 반가웠습니다..김진숙입니다...동명이인 있는 관계로 닉네임을 바꿨구요..잘 돌아가셨지요?..^^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에 눈뜨게해준 야사모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뜬구름님께선 야생화 사랑뿐 아니라 글솜씨도 따라올 자 없을것 같습니다..감사드려요!!

김금주( 김진경)님의 댓글

no_profile 김금주( 김진경)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구멍난 산자고! 어떤 아픔을 견디고 저리 의연하게 꽃을 피웠을까요?
고고한 귀부인 같은 자태의 얼레지!  정말 기대됩니다
이곳에서 주고 받는 대화들을 훔쳐 듣노라면 딴 세계에 와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장님있는 생생한 탐방기! 부러운 마음 누르며  잘 읽었습니다
마음이 맑아집니다

현호색님의 댓글

no_profile 현호색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홍은화님 죄~송
어제 산행 틈틈히 차동주님의 열정, 홍은화님의 환경사랑 및 박식함을 야사모 운영진님들의 뜨거운 열정을 동행한 회원님들이 침이 마르도록 엄청 칭찬 했는디 감히 딴지라뇨..... 본의는 아님

장진권님의 댓글

no_profile 장진권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하~핫! 뜬구름님 그날 만나뵈서 반가웠습니다.^ ^
시간 스케줄이 엇갈려 같이 시간을 많이 가지지 못했습니다.
산자고의 촬영에 열심이신 뜬구름님의 양해를 얻어 급하게 찍어본 산자고의 앞부분 꽃잎이  핀-아웃되어.....ㅋㅋ
다음에 또 뵙기를 바랍니다.

 

제아님의 댓글

no_profile 제아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뜬님의 글 속에 ....이 봄을 위해 지난 겨울을 내내 준비했을 고 놈들의 삶이 느껴집니다.
저도 그만 움크리고 기지개 쫘악~~ 펴고 ....분발해야겠습니다.^^
생생한 글 잘 읽었습니다.

이슬초님의 댓글

no_profile 이슬초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뜬님 피곤하시겠다. 탐행기는 정말 실감나게 만드네요.. 생생한사진도 넘 좋구요.
단지 넘무리하면 건강해칠까 쪼매 걱정시러버......

현호색님의 댓글

no_profile 현호색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후리릭~
딴지 거시는 맬씀이 매번 바쁘신 홍은화님이 질투나시남
영남지부 회원들하고 망중한을 보내면서 장유폭포 계곡에서
사진도 찍고 했는디 사진이 아직 안 올라오네요
빨리 사진 좀 올려줘~~~~잉 ㅎㅎㅎ 

현호색님의 댓글

no_profile 현호색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영남지부 야사모 번개팅 많은 것을 배운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처음 만난임에 불구하고 10년지기처럼 전혀 서먹하지 않고 반갑게
환영해주신 지부장 박기하님, 류성원님, 이진용님, 뜬구름님, 김진숙님, 노일준님, 그리고 멀리 대구에서 오신 배**님(죄송합니다 이름을
까먹어서) 정말 고맙습니다.  어제 탐방의 여유인지  오늘 아침부터 기분이 나이스입니다. 

한영순님의 댓글

no_profile 한영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뜬님 글을 읽다보면 언제나 현장에 있는 기분입니다. 산자고가 꽃봉오리 시절에 행여 돌이라도 품었더라면? 얼마나 아팠을까요. 가까운 곳 이라  참으로 가보고 싶었는데...
저희들(마산 시스터즈)이 알고있는 얼레지 군락지 함 가 보실래요?

송정섭님의 댓글

no_profile 송정섭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작년 4월초 주왕산 기슭에서 봤던 얼레지 군락이 떠오르는군요. 그 골짜기 전체가 얼레지던데... 부인의 외투라는 꽃말에 걸맞게 뒤로 완전히 제껴진 꽃잎에 예쁜 무늬까지...하도 예뻐서 한장 잘 뽑아 지금도 책상 유리밑에 끼어놓고 보고 있는데... 가까이에 그런 군락이 있다니 참 부럽군요~

현호색님의 댓글

no_profile 현호색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류성원님.....
어제 수목원앞 당아욱이란넘 집에와 도감을 보니 접시꽃이
확실하던데요 잎새가 당아욱하고 접시꽃은 완전히 다르던데요
정 의심스러우면 디카로 찍어 올려 회원님들의 고견을 들어 볼
필요도 있네요 지는 접시꽃이 아님 후환이 두렵....
어제 주신 매발톱꽃 종자 파종했거든요 증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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