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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주변의 야생화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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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뜬구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9건 조회 1,473회 작성일 03-02-2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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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해 석동주공아파트에서, 2003-2-26 오늘은 세미나 가는 날이다. 경주나 경산에 갈까도 했지만, 진해의 내가 살고 있는 동네 주변에도 야생화가 있을 것이고 가까운 데를 먼저 알고 나서 먼데를 보자는 생각에서 오늘은 집과 병원 사이 길 옆이나 텃밭 등에 혹 있을지도 모르는 야생화를 찾아 보기로 작정했다. 어제 잠시 햇빛이 드는 가 하더니 오늘 아침에도 하늘은 여전히 희꾸무레한 것이 영 맘에 들지 않았다. 일단 아파트 주변을 한바퀴 빙 둘러 보았지만, 역시 보이는 건 잡풀과 개쑥갓, 개망초, 꽃마리, 민들레 로제트 뿐 아직은 꽃 비슷한 것도 없었다. 평일 아침에 베낭을 메고 벙거지 모자를 쓰고 길을 걸으니 암만해도 어색하다. 이 짓을 매일 아침 한다는 건 아무래도 무리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 문을 나서자 마자 가는 비가 조금씩 들기 시작한다. 철길 옆에도 역시 끼껏해야 큰개불알풀이 그나마 꽃이 피다 말고 대부분 다 떨어져 땅바닥에 뒹굴고 있었고, 광대나물은 아직 꽃대를 올린 넘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드문 드문 자라난 쑥잎에 물방울이 보석처럼 예쁘게 맺혀 있었지만 별로 찍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던 건 아무래도 너무 초라해 보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가는 도중에 짜투리 텃밭에도 보이는 건 로제트나 잡풀뿐이어서 시간 낭비만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실망감이 점점 더 커져 갈뿐이었다. 풍호동 주공 아파트 안으로 들어 가 보니, 역시 별로 보이는 게 없었다. 다만, 건물 사이에 아늑한 잔디밭이 있었고, 아직은 움도 트지 않은 나무들이 나신을 드러내고 종대로 나열해 있는 모습이 삭막한 아파트 같지가 않았다. 안타까운 것은 잔디 대신에 그기에 야생화 씨를 뿌려서 온갖 꽃들이 피어나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덕산 초등학교 앞길을 걸어가는데, 어느 집 대문 앞의 쬐그만 텃밭에 배추꽃이 한창이었다. 얼마전에 철길 옆에서 찍었던 터라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오늘은 어쩌면 허탕칠 것 같은 불안감이 나로 하여금 배낭을 내리게 하였고, 이왕 내린 김에 그기서만 자그만치 30컷 이상을 찍었다. 배추꽃을 전면에 넣고 아웃포커싱된 배경에는 지나가는 자동차를 넣어 보았지만 신통할 거 같지는 않았다. 다만 일어날 무렵 쯤해서 벌 두마리가 날아와 배추꽃을 희롱하는 장면 몇 컷을 찍었는데 그 역시 기대할만 하지는 않았다. 전에 봐 두었던 중앙문구 옆 큰개불알풀 군락지(?)가 생각나서 그쪽으로 발길을 돌리는 데, 시각이 벌써 점심 때를 넘기고 있었다. 단골 국수집에 들러 열무비빔밥으로 점심을 간단히 떼우고, 서둘러 그곳으로 갔는데, 이럴수가 그새 주인장이 텃밭을 깨끗이 매어 놓았고 큰개불알풀은 말그대로 잡초이니 다 뽑아 버려서 하나도 남아 있지를 않았다. 조깅하던 그 날 보기에 상당히 많은 개체가 군락을 이루어 꽃들이 앞다투어 피어 있어서 눈독을 잔뜩 들여 놨던 곳이었는데 참으로 실망스러웠다. 보나마나 아무 것도 없을 것이지만, 그래도 병원 앞 석동 주공아파트 단지에 들어 섰다. 역시 뜰에는 허허로운 잔디들만 누렇게 누워 있었고 간간히 푸른색의 풀들만  있을 뿐, 별시리 눈에 뛰는 건 없었다. 남쪽 끝으로 돌아 들어 가니 입구 옆에 누가 배추씨를 뿌렸는 지 배추꽃이 그기도 한창이었다. 오나가나 아직은 배추꽃 밖에는 없었지만, 또 배낭을 내려 몇 컷 하고 있는데, 갑자기 창문이 드르륵 열리더니, "아니 그기서 뭐 하는거에요?" 하는데 돌아 보니 왠 젊은 여자가 적의에 가득찬 눈초리로 나를 쬐려 보는 것이 아닌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 한동안 말을 못하고 겸연쩍게 웃으면서 우물쭈물하고 있으니 연신 나를 위 아래로 훑어 보면서 여차직하면 뛰쳐 나올 기세다. "나는 지나가는 사람인데 신경쓸 거 없시다." 고 했더니 "넘의 집 앞에서 끌쩍거리니까 이상하잖아욧, 대체 뭐하는 거에요?"하며 마치 주인마님 종놈 나무라듯 한다. 속으로 이 여자를 걍 싹 깔아 뭉개버려? 하는 맘이 순간적으로 들었지만 맘과는 달리 나는 씩 웃으면서, "제가 뭐 잘못한 게 있어요? 보시다시피 여기서 사진 찍고 있는데 안됩니까?" 하고 타일러듯 말했더니, 기냥 문을 슥 닫아 버린다. 참 오래 살지도 않았는데 별 여자도 다 있구나 싶었다. 마침 별시리 찍을 꺼도 없었는데, 걍 보따리를 싸들고 아파트를 나와버렸다. 전에 눈독을 들였던 아파트 옆 짜투리 공원에 가 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그때 많이 보이던 별꽃이나 큰개불알풀이 별로 눈에 뛰지를 않았다. 참 이상도 했다. 분명 날이 더 풀어 졌는데 어째 꽃은 더 줄었을까? 미련을 버리고 배낭도 안 풀고 그 자리를 뜨서는 병원을 피하기도 해야 하거니와 혹 못보던 넘들이 있을까하는 기대감에 철길을 따라 쭉 걸어가 봤으나, 전에 봤던 배추꽃 외엔 특별히 눈에 뛰는 게 없었다. 마지막으로 석동근린공원에 가보면 혹 뭔가 있지 않을까 싶어 그기로 발길을 재촉하였으나 날은 여전히 흐리고, 동네 주변 야생화를 동네 풍경과 어울려 찍어 보겠다던 애초의 기대는 우수수 낙엽처럼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한가닥 기대를 걸고 들어 간 석동근린공원에는 예상대로 잔디 외는 말끔히 정리되어 잡풀 조차 잘 보이지 않았다.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그넘의 잔디가 뭐가 볼 게 있다고 공원에는 왜 잔디만 심어 놓았을까? 내가 만약 공원 관리 소장이라면 잔디를 쌱 걷어내고 그 자리에 온갖 종류의 야생화 씨앗을 뿌려 놓겠다. 그리고 사이사이에 적당히 오솔길을 내어 맘대로 들어가게 해서 우리의 이쁜 야생화를 공원에 놀러 온 사람들이 맘껏 보고 갈수 있게 해 놓겠다. 내 언젠가 공원 관리 소장에게 부탁해 보리라 맘 속으로만 다짐을 하고 공원을 나섰지만 이젠 목적지가 없어져 버렸다. 허전한 맘을 달래며 전에 장복산을 배경으로 냉이를 찍었던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공사가 한참인 그린빌 주공 아파트 단지를 가로 질러 갔는데, 혹시 하는 기대와는 달리 역시 전봇대를 세워 두고 있었다. 새로 조성하는 아파트 단지라 혹시 전선줄을 땅 속에 파 묻지 않았나 하는 기대를 했는데 역시 시골이라 그런지 높다란 전봇대를 자랑스럽게 세워 놓았던 것이다. 내가 전봇대에 실망하는 이유는 그 곳 택지에 조고만 땅을 사두었기 때문이 아니라, 사진 찍을 때도 전선이나 전봇대가 상당한 방해를 한다는 사실을 사진하는 사람이면 다 알만 하기 때문인 것이다. 물론 미관 상으로도 좋을 리가 없다는 건 불문가지이고 일산이나 분당은 전봇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 데, 왜 진해는 그런데보다 10년 이상이나 후에 짓는 단지인데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하는 데 대해 짜증이 났다. 한 오백평 이상되는 광대나물 밭은 왠지 지나쳐 버리고, 전에 봐 두었던 냉이밭으로 곧장 갔다. 광대나물 밭을 지나친 이유는 얼핏봐도 꽃이 다 피지 않았을 뿐 아니라 배경이 별로였던 것이고, 냉이밭은 배경에 멋진 장복산 자락이 보인다는 게 크나 큰 매력이었던 것이다. 냉이밭에 들어서는 순간 한 오백평되는 곳에 하얀 냉이꽃이 안개처럼 무리지어 피어 있는 게 장관이어서 나는 오늘 처음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그러나, 여전히 해는 짙은 구름 사이에서 나올 줄을 모르고 햇빛이 없는 냉이밭은 아무리 많이 피어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했다. 간간히 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이용하여 몇 컷을 찍었지만, 그다지 신통하지는 않았다. 냉이 사이에 심심찮게 피어 있는 광대나물을 역광으로 찍을 수 있어서 그런대로 위안을 삼았고, 전에는 활짝 핀 냉이가 없었는데 오늘은 아쉬운대로 활짝 핀 냉이를 200mm micro에 2x 컨버터를 끼워 한껏 확대하여 찍을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내려오는 길가에 별꽃도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소나무 사이로 새어 나오는 햇빛을 이용하여 역광으로 몇 컷 할 수 있어서 아쉬운 촬영을 마무리할 수 있었고, 단지 흔하디 흔한 큰개불알풀을 볼 수 없었던 것이 아쉬운 점이었다.

댓글목록

정순금님의 댓글

no_profile 정순금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동네이름 건물이름들이 생소하지 않아 더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근접 찰영할 수 있는 카메라가 없어 항상 아쉬운 한해들을 보낸답니다
한 2년전에 목련나무 밑에 심었두었든 복수초 1송이가 2월초에 피었다 지고
할미꽃이 석축 아래 또는 돌틈사이에 한창 군락을 이루며 피고 있는 중입니다.
그냥 허탕친다는 샘치고  우리집에 한번 가 보시지요?
다른 수확도 있을려나?
잔디 꼬리로 가면 사립문이 하나 있습니다. 그기 블록코리도 있고 산나물도 올라오고 있는 중입니다.
브록콜리...그냥 몇개 잘라가세요.....
어디냐고요?
경화동 설산한의원 옆 골목길 따라 들어가다 철길 건너서 보면 장복산가든 안내판이 보입니다.....
장복산가든 다음다음집(맨 마지막집) 입니다.
월요일에서 금요일 까지는 사람이 없습니다.
담과 휀스사이 틈으로  들어가세요.
성과 있으시기 바랍니다.
언제 한번 뵈으면 합니다. 



쿨님의 댓글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뜬님~...그 여자분께 우리 ID 하나 지워줍시다~ "빠닥" 또는 "삐딱" 으로...ㅎㅎㅎ

푸른나라님의 댓글

no_profile 푸른나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겨울에는 잠자느라 안 큰담니다.
삼사월이 되면 잠에서 깨어나 뿌리 끝이 초록색으로 자라기 시작할검니다.
시집가서 대접을 잘받고 잇나봄니다.
안살아나면 AS 해드릴께여^^

뜬구름님의 댓글

no_profile 뜬구름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걸핏하면 벌개지는 얼동상보다야 두껍지.
푸른나라님 알았습니다, 알았고요.
전에 받은 대파청해 잘 커고 있습니다.
근데 더 이상 커지지가 않네요.^^

푸른나라님의 댓글

no_profile 푸른나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글솜씨 조으시지 사진솜씨 조으시지...
(전라도여) 아따 솜씨 조쿠만 (머라구여) 워메 조은거 ㅋㅋ
이무시칸노믄 사진 찍는데루 다 잘 나오는건지 알앗구만요 ㅎㅎ

이진용님의 댓글

이진용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어제 하루종일 로그인 안하시더니 세미나 가셨군요.

얼레지님의 댓글

얼레지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훌...
뜬성님도 얼굴 벌게지시네 ㅋㅋㅋ
=3=3=3=3=3=3=3=3=3

뜬구름님의 댓글

no_profile 뜬구름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적당히 얼러주셔야지, 너무들 그러시면 제가 얼굴을 들고 다니기 힘듭니다.
제가 글솜씨는 없어도 괘안은데, 사진 솜씨가 안 늘어 걱정입니다.
여러가지 공부를 좀 더해야 하는 데, 게을러서...

산유화님의 댓글

no_profile 산유화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보통사람들 눈에는 잡초이지만 우리들이 보면 그게 아름다운 야생화 일수가 있군요.
수필가로 책을 한권 내셔야겠습니다.

얼레지님의 댓글

얼레지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참말로 다 아시는 분이 파일 크기를 400k가 넘게 올리신다요 ㅡ.ㅡ+

얼레지님의 댓글

얼레지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야생화를 이미지로 담는 우리들로서는 이러한 시련이 꽃 있게 마련이지요...
뜬성님 희망을 잃지 마시고 힘내소서~~~

초이스님의 댓글

no_profile 초이스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람에 따라 잡초의 기준도 달라지는 모양입니다. 
뜬구름님이야 귀한 야생화일지라도 그 사람에게는 귀찮은 잡초일 뿐...ㅋㅋㅋ

들국화님의 댓글

들국화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그런데 저 위의 꽃밭이 배추라구요? 혹시 겨울초(하루나)라고 부르는 푸성귀밭 아닌가요?

박기하님의 댓글

no_profile 박기하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뜬구름님 글솜씨는 알아줘야 한다니까.
지도 가끔은 이런 경우를 당하는데
역시 프로는 다르군요.
저는 아파트단지 같은데 에서는 넘싸 스러워서 카메라도 못 꺼냅니다.^* 

송정섭님의 댓글

no_profile 송정섭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주 유익한 세미나를 다녀 오셨군요~ 지천에 널려있는 풀들과 함께..., 개불알풀밭에 잔디나 장미가 심겨있으면 그게 잡초인 것인데... 안타깝군요.

이 종 섭님의 댓글

no_profile 이 종 섭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황대권님의 야생초 편지를 읽고 있는겄 같습니다.
사진 찍다 보면 오해 당할 때 한두번 아닙니다.
별것도 아닌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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