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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오래 옛적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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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야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2,030회 작성일 08-11-11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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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오래 옛적에

우리네 똥구녘이 찢어지게 가난했을 무렵

저녁 끼니 없어도

소당에 물 붓고 연기 피우던 것은

뜨거운 물 한 그릇으로

빈 배 속이려는 것은 아니고

내 구차함을 숨기려는 뜻은 더 더욱 아니고


오래 오래 옛적에

맥없이 살강 위의 빈 그릇들 부딪혀

이웃에 소리 나게 하는 것은

내 아직 먹고 산다는, 

허물어지는 뱃속 뼈 곧추 세우는 일은 더 더욱 아니고


보릿가루 밀기울 추렴으로

이웃들 곯은 배 더욱 곯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어서이다. 


서로 엉긴 마음

굴뚝의 새파랗고 슬픈 청솔가지 연기와

부딪는 그릇의 공허한 울림을

용케도 알아내는

서로 엉긴 마음들이

바가지 들고 이웃을 도는 마음들이

오래 오래 옛적에


오래 오래 옛적에는

그런 마음들이 있었다.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마음들이 모여 사는 그런 시절도 있었답니다. 먹을 것이 없어 주린 배를 끌어안으면서도 이웃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마음들이 전설처럼 전해옵니다.

이웃집에 밥 때가 됐는데도 연기가 오르지 않으면 먹을 것이 그만 떨어진 것을 눈치 채고 자신의 곯고 있는 배보다는 그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제 죽을 끓이는 솥에 물을 더 붓는 한이 있더라도, 내일 당장 굶는 한이 있더라도 바가지 들고 서로 보릿가루며 밀기울을 추렴하는 따뜻한 마음들이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그것을 아는 집에서는 자신이 굶는다는 현실보다도 이웃이 자신과 같은 배고픔을 겪게 될 것을 염려해 나는 오늘도 아무 탈 없이 한 끼를 해결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맥없이 빈 솥에 물 부어 연기 피우며 빈 그릇을 달그락거린다는 것이죠.

부황이 든 얼굴 저편에 이처럼 아름다운 마음들이 어찌 자리 잡을 수가 있는 것인가요?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마음들이 전설 속에 묻혀 버린 이 시대의 현실은 과연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요? 상대를 헤아리는 마음은 고사하고 자신의 영달을 위해 동료들의 뒤통수치기에 급급한 시대를 살고 있는 불행하고 불쌍한 군상들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요?


댓글목록

설용화님의 댓글

설용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금...
옛날 이웃 보다도 더 먼 형제와 친척간에 관계이고
살다 보니 이웃도 이웃이 아니 더군요...

살기가 좋아지고 경기가 좋아지면, 모두들 지금 보다는 좋아지겠지요^^

삼백초꽃님의 댓글

no_profile 삼백초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말 전설이 아닌데....
전설같은 이야기인듯  싶게 우리는 지금 삭막한 이웃들과 살고 있는가 싶군요....
서로 주차 하는문제로 사람을 죽이기도 하는........

한여울님의 댓글

한여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것이 그토록 정겹고 아름답던 시절이거늘,,,,이제는 이런 글속에서나 느낄수있는 세태가,,정말로 아쉬웁네요 
덕분에 어린시절을 기억해 봅니다,,,

꾀꼬리님의 댓글

꾀꼬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옛날에 배고프던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면
 요즘 아이들
 " 쌀 없으면 라면이라도 먹지 왜 굶어?" 한다는군요
 현실은 안타깝고, 미래는 갑~~갑합니다.
 그래도 좋은 사람들이 있어
 희망을 얘기합니다.

통통배님의 댓글

no_profile 통통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슴이 먹먹해져 옵니다.
나보다 남을 먼저~~
단 7글자이지만 실천하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아는 저도 또한 그 옛날 사람은 아닌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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