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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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
제 주위를 잠시 둘러봅니다. 그리고 나는 어떤 사람들과 같이 어울려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을 해 봅니다. 인간은 가지각색이니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물론 그 여러 부류의 사람이란 나를 중심에 두고 하는 생각이죠.
우선 그저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무 느낌이 없는 사람 말입니다. 그런 사람이 있다는 정도의 생각밖에 할 수 없는 사람이겠지요. 아직 나에게는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요?
나하고는 아무런 직접적인 은원(恩怨)도 없는데 마땅하지 않은 사람들도 생각납니다. 그런 사람들은 대체로 상식에 어긋나는 짓을 하는 사람이겠지요.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나아가서는 사회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부류의 군상들이겠지요. 그들은 자기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나 자신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머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존재의 의미나 가치를 왜곡하는 부류라 할까요.
그 외에도 적거나 많거나 나와 은원 관계에 놓인 사람들도 있습니다. 나를 구렁텅이에 빠트렸던 사람도, 그 구렁텅이에서 나를 건져준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나와 특별한 인연이 없었으면서도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만나기만 해도, 아니 생각만 해도 즐겁고 기쁜 그런 사람들 말입니다. 맑은 가을 하늘이 연상되고 청랑(晴朗)한 새벽 공기의 향내가 나는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서는 바라보기만 해도 훈훈한 정이 묻어납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 저린, 한 번이라도 더 쳐다보고 싶은, 그리고 얼굴 맞대는 것이 즐겁고 기쁜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 사이에는 선이 없어도 통화가 된다던 어느 여류시인의 시 구절이 떠오르네요. 그런 사람들 사이에는 특별한 언어의 다리가 필요하지 않겠죠. 그저 싱긋 한 번 웃어주는 것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알 테니까요.
이쯤해서 저는 시선을 자신에게 돌려 이런 물음을 던져 봅니다.
그러면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남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는가?
그저 무덤덤한 사람은 아닌가? 그렇다면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내 정체를 숨기고 나만의 세계에 침잠(沈潛)해 있었던 것이죠.
아니면 나는 다른 이들을 불편하게 하는 존재인가? 그렇다면 내 인생은 왜곡되어 있습니다. 존재해야 할 이유도, 의미도, 가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차라리 사라지는 것이 옳습니다.
나는 다른 이들과 어떤 은원(恩怨)을 맺으며 살아왔는가? 은원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는 은원은 정당하게 은원이라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인가? 혹시나 그것조차 왜곡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제 삶의 여정을 생각하면, 아니 며칠 전까지의 궤적(軌跡)만 생각하더라도 저는 제 세계에 빠져 세상을 외면했거나, 남들을 불편하게 했거나, 남들에게 원성을 살만한 많은 일들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댓글목록
정호님의 댓글

! ! ! ! !
야인님은 멋집니다^^
산반화님의 댓글

다시한번뒤를 돌아보게 하시는 좋은 글이군요.
깊어만가는 이 늦가을에 조용히 다시한번 회상에 젓어보는것도 상당한 의미가 있겠죠.
통통배님의 댓글

흰노랑민들레와
흰민들레~~
생각해 볼꺼리도 많은 글과 함께 멋집니다.
설용화님의 댓글

좋은글...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줍니다.^^
꾀꼬리님의 댓글

존재의 가치와 의미를 두고 사색하시는 야인님!
이미
아름다운 분 이십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분으로 기억하겠습니다.
무량수님의 댓글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심에 감사드려요.
가야금님의 댓글

저도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가 반성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