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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웠던 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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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죽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댓글 4건 조회 2,186회 작성일 01-12-2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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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동네 같은 또래 친구들이(11명)오전에 모두 모여 단풍나무 파러 간다고 동네 앞의 높은 산으로 향했다. 정상에 올라 단풍나무는 찾을 생각도 않고 장난치며 떠들고 놀기에 정신이 없었는데   일요일인데도 그 날 따라 비행기 한 대가 비행 연습을 하고 있었다. 얼마간 시간이 흘렀을까???? "저 비행기 고장이 낫는 갑다."     누군가의 말에 하늘을 올려다보니 아닌게 아니라 엔진이 푸드득거리고 제자리서 뱅뱅 도는게 아무리 봐도 고장이 분명하였다. 우리들은 가까운 곳에 비행장이 있어 비행기는 숱하게 봐 온 탓에 엔진 소리만 들어도 비행기의 상태를 알 수 있을 정도였었다. 엔진을 끈 채 날아가는 넘, 껏다가 켯다가 하면서 날아다니는 넘, 거꾸로 날았다가 빙빙 돌다가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오도 방정을 떠는 넘등... "저기 미칫나? 빨리 비행장으로 가제 우짤라꼬 저라고 있노." "고장이 나서 가도 몬하는 갑다." 우리들은 안타까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좋은 구경거리가 생겨 좋아라 했다. 그런데 갑자기 비행기가 우리들을 향해 곧바로 떨어져 내리는 바람에 너무 놀라 모두 비명을 지르며 살겠다고 숨기에 바빴다. 다행히 비행기는 우리들 옆을 지나쳐 내려가다가 다시 올라가는 소리가 들려 살았구나 싶어 둘러보니 전부 다 숨는다는 것이 나무 덤불 속에 머리만 처박고 엉덩이는 하나 같이 하늘을 향해 치켜들고 있었다. 꼴이 하도 우스워 서로 쳐다보면서 배꼽을 쥐고 웃다가 하늘을 보니 비행기가 다시 우리들이 있는 바로 앞산 중턱을 향해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저기 널찐다!!!!!! 저기 널찐다!!!!" 조금전의 두려움은 어느새 잊어버리고 모두 흥분하여 좋아하며 보고 있는데 우리들의 기대를 무정하게? 져버리고 비행기는 아슬아슬하게 비켜 날아가더니 다시 하늘을 향해 날아 올라 가버렸다. 얼마나 높이 올라 가버렸는지 보이지도 않아 모두들 구경거리를 놓친 실망감에 툴툴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새까만 것이 떨어져 내리는데 그렇게 빠를 수가 없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바로 앞산 넘어로 사라졌는데 잠시 후 퍽 하고 흰 연기가 올라오더니 곧 이어 "꽝"하는 폭음이 들렸다. 우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진짜로 널쪄삣네....." "하이고... 우짜것노..." "낙하산 보이나 찾아보자." 누군가의 낙하산을 찾아보자는 말에 온 하늘을 둘러봐도 낙하산은 보이질 않았다. 그사이 비행기 한 대가 날아오더니 저 멀리 엉뚱한 곳에만 빙빙 돌고 있었다. "저 빙시 같은기 여개다! 여개!" "이짜로 오라 안카나! 이 빙시나..." 우리들은 안타까워 고함을 질러대었지만 멀리 있는 비행기에는 들릴 리가 없었다. 멀리서 돌던 비행기가 이쪽으로 날아와 사고현장을 한 바퀴 둘러보고는 사라졌다. "낙하산이 안 비이는거 봉께 같이 널쪄삣능 갑다." "저 비행기 전에 그 아저씨 비행기 아이가?" "설마....그래도 모린다." "택도 음따. 그 아저씨 조종을 올매나 잘하는데?" 그 아저씨란 우리들이 학교를 파하고 돌아 올 때 어쩌다 한번씩 버드나무보다 더 낮게 내려와 우리들을 보고 손을 흔들어 주고 우리도 좋아라 하며 손을 흔들어 주면 다시 내려와 한바퀴 빙 돌고 가던 조종사 아저씨가 있었다. 그런 일이 자주 있다 보니 우리도 비행기만 뜨면 손을 흔들며 좋아했다. 그동안에 정이 들었던 그 아저씨 생각이 나자 우리들은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얼굴은 자세히는 안 보여도 웃는 모습까지는 보였는데.... 현장으로 구경간다고 험한 산길을 급하게 뛰어 내려오다가 친구하나는 넘어져 다리를 심하게 다쳐 여럿이서 업고 들고 하여 친구 집에 데려다 놓고는 사고 현장으로 급하게 달려갔다. 사고 현장에는 벌써 경찰 차들이 들이닥치고, 이어서 군인들을 가득 태운 차들이 몰려왔다. 우리들은 현장으로 못 가게 하여 옆에서 구경들을 하고 있는데 큰 소리로 우는 군인들. 차 뒤에 숨어서 눈물만 흘리고 있는 군인들... 그걸 보니 우리들도 눈물이 절로 나왔다. 계급 높은 군인은 돌아다니며 우는 군인들을 큰 소리로 나무라며 달래고 있었다. 낙하산이 빨간색이고 거기 달린 줄은 흰색이라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한 사람은 비행기와 같이 있었고 한 사람은 펴지지도 않은 낙하산을 메고 멀리 떨어져 있었다고 하였다. 그 뒤로는 사고 현장아래를 지날 때는 혼자서는 겁이나 지나다닐 수도 없었다. 그 날 이후, 비행기가 지나 갈 적마다, 연습비행을 할 적마다, 우리들은 손을 흔들고 하였으나 우리를 보고 내려와 손을 흔들어 주는 비행기는 두 번 다시 볼 수 없었다. 지금도 그때 그 조종사가 사고 비행기에 타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송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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