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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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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찔레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1,411회 작성일 08-10-1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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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아침에 첫 일은 의례 낙엽 쓸기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큰 대 빗자루로 느티나무 낙엽을 쓸며 “참 세월 한번 빠르네”

벌써 낙엽 지는 가을이니.....

어쩜 사람들은 세월의 흐름을 그해 12월말에 느끼기 보다는 떨어지는

낙엽 속에서 먼저 느끼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 집 윗 마당엔 제법 큰 느티나무가 3그루 있는데 그중 계단 옆 가장 큰

느티나무는 좀 이상한 기질을 가진 놈입니다

먼저 다른 느티나무들 낙엽은 빨간색인데 이 친구만 혼자 유달리 노란색 낙엽입니다

게다가 항상 여름 끝나기가 무섭게 9월이면 낙엽을 내기 시작 하여 지금 한창 낙엽을

뿌리고 있습니다

낙엽을 쓸다 슬며시 쳐다보니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떨어질 낙엽이라면

“일찍 다 털어버리고 미리 홀가분한 기분으로 겨울을 맞이하고 싶어서 요”

그래 사람들도 너처럼 빨리 잊어버려할 덕목 같은 게 있기도 하지

슬픔과 고통, 미움이나 원한 같은 것, 실패나 열등의식 같은 것, 시기나 질투로 인한

타인들의 따가운 시선 같은 건 너처럼 빨리 잊을수록 좋은 법이지

(그 정도면 남부러울 게 없을 텐데 유달리 아픈 기억만을 되살려 자기의 장점을

잊어버리고 세상 속에서 혼자 우울해 하다 급기야 스스로 목숨까지 버린 연예인 생각에

마음이 찡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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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 마당 낙엽 다 쓸고 다시 계단 쓸고 내려와 아래 마당 낙엽을 쓸고 있습니다

아래마당에는 4그루의 느티나무가 있습니다만 양쪽 가장자리 2그루 중 왼쪽 놈은

노란색 낙엽을 오른쪽 놈은 빨간색 낙엽을 서로 경쟁하듯 떨구고 있습니다

마당에 떨어진 낙엽의 수량에 따라 구획을 만들어 쓸어 모으기 시작 합니다

바람이 불어 흩어지기 전에 빨리 작은 손수레에 쓸어 담습니다

그런데 낙엽을 쓸다보니 가운데 2그루는 낙엽은커녕 이파리가 아직도 초록으로

싱싱하기만 합니다

아마 이놈들은 무언가 해야 할 일이 남아있는가 봅니다

해서 쑥 쳐다보니 그들은 나에게 이렇게 얘고 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우리 둘은 아직 삶의 목표가 있어

“아주 추운 겨울이 와서 버틸 수 없을 때 까지 초록으로 남아 있을 겁니다 ”

그래 사람들도 너희들처럼 미리 포기하지 않고 버텨야 할 때가 있는 법이지

지금 아무리 주위 여건이 불행하고 고통스러워도 내 언젠가 극복하고야 말리라는

희망이란 자기의지 말이다

잘나갈 때는 누구라도 원대한 포부를 말하게 되고 자기가 자랑스런 듯 잘 살아가게

마련이다

그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살다가 실패하거나, 어떤 절망의 나락으로 추락했을 때 어떻게 자기를

다스려 행복한 미래로 다가서느냐 일 것이다

그것이 바로 자기 마음속에 자기를 칭찬하는 위대함 일 것입니다

그게 바로 세상을 향한 자신감이요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비겁함이 없는 경지일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미국 발 금융위기로 인해 분명 어렵습니다

나라가 어려우니 회사가 어렵고 , 회사가 어려우니 개인이 어렵고, 개인이 어려우니

모든 장사가 어렵습니다

우리는 희망이라는 이름아래 참고 견디며 버텨야 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 근검절약하며 서로 배려하고 격려해야 할 것입니다

한 시간 정도 낙엽을 쓸었을까

손수레에 가득 실은 낙엽을 고구마 캔 빈 밭에 거름 되라고 내려놓고 마당을 지나

오자니 바람이 불때마다, 큰 차가 지나갈 때마다 낙엽은 다시 우수수 떨어집니다

그러나 그건 내일 몫.

마당에 떨어져 딩구는 낙엽을 보며- 그렇다.

올해도 몸 크게 안 아프고 재산 크게 까먹지 않았으니 낙엽 좀 떨어진다고

흐르는 세월을 탓하랴

계단에 올라서니 또 낙엽이 떨어진다

너도 남겨 두리라

우리 집을 방문하는 모든 손님들의 낭만을 위해서.

또 발 앞에 떨어지는 낙엽을 보니 얼핏 이런 생각이 듭니다

“사랑은 짧았고 인생의 짐은 무거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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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샘터돌이님의 댓글

no_profile 샘터돌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랴여
문제는 내 몫을 허지않아서이져
모다 나누구
배려허믄
또헌
우리들의 훈훈헌 인심이 발동허믄 되는데
언제부터인가
빨리빨리가 문제인가??
사랑은 메말르구
인생은 질긴데
어이
허황된것만 쫓아갈까

집 앞으루 간혹 지나믄서
들어가 봐야허는데 허지만
걍~
지나치기가 일쑤임다
조만간
시간내어
함~
들르도록 하갓슴다
그동안두 평안허시구
특히나
건강허시기를 기도헙니다ㅡ.ㅡ*

알리움님의 댓글

no_profile 알리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낙엽을 쓸고 계신 것이 아니라
세월의 무게를 들어내고 계신거였군요
낙엽과 낭만에  대해 말씀하시는 찔레꽃님은 멋쟁이~
안녕하시지요?

하고지비님의 댓글

no_profile 하고지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넘 깨끗하게는 쓸지 마시지요^^
가을엔 낙엽이 뒹굴어야 제맛이죠^^*
언젠가는 낙엽 쓸 기회가 오려나...
저도 찔레꽃님은 머쨍이셔~~~

뿌리님의 댓글

no_profile 뿌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작년 정모갈때의 첫 만남이 새롭네요~
낙엽을 쓸면서 귀찮아만 했는데
올 가을은 .... 가죽나무의 낙엽을 쓸게 되는데
여러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정모 다녀오면서 그 곳에서 먹었던 막국수랑 부침이랑이 생각납니다
올해도 뵈면 좋겠는데요~~~ㅎ

푸른 솔님의 댓글

no_profile 푸른 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작년 늦여름 생각이 나는군요.
유난히 빨리 낙엽이 지는 녀석이 있다던...

느티나무와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여유가 부럽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