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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동안의 짧지만 긴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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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통통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6건 조회 1,721회 작성일 02-10-04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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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인 듯 천국인 듯 믿기질 않아 제 살을 꼬집어보고 싶지만,
그랬다가 혹여 이 멋진 꿈에서 깰까봐 어쩌지도 못하고
그저 멍하니 눈앞의 모습을 구경만 하게 되는 그런 순간을 경험해 보신 분은 안계신가요?
 
길가에 경계석에 걸터앉아서 가을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면서
반드시 나타날 사람을 느긋이 기다리면서 읽는 책 한 줄의 맛!
-이미 20년 전에 졸업했을 이런 일을 저는 어제 해봤답니다.
 
그리고 한차 가득 오밀조밀 당겨 앉아
쑥부쟁이 무리져 핀 뚝길을 따라 시원한 바람 불어오는 멋진 길을 달리면서
무슨 이야기를 해도 서로가 다 이해할 수 있는 친밀감으로 깔깔거리고 웃어보셨어요?
 
강가와 호수의 물결이 마치 강아지풀의 간지럼처럼 살랑거리며, 찰방거리며
같이 놀자고, 쉬었다 가라고 굽이굽이 얼굴을 내민 강변 길 너머 언덕엔
어느 틈에 붉어진 담쟁이며, 개옷나무가 가을을 불러모으고 있었답니다.
 
넘칠 듯이 검푸른 의암호의 넓은 호반과 굽이굽이 돌 때마다 나타나는
구름 덮인 산자락에 멀구슬보다 큰 빗방울이 쏟아져 내려도
저 하늘끝 한 자락은 말갛게 개어서 이제 곧 끝낼거라며,
물러나 기다리라고 그것이 삶이라고 가르쳐 주었습니다.
 
스콜처럼 쏟아져 내리는 비에
서로의 어깨를 모으고, 이마를 맞대고 서로 발을 맞추어 뛰어갈 수 있는 그런 우리를 기다려 주는 님이 있다는 것에
바짓단이 다 젖어도,
두 팔 가득 소름이 돋아도 그저 즐거웠답니다.
 
따뜻한 점심 그 보글보글 끓는 냄비보다 더 뜨거운 님들의 환대 속에
어느덧 비도 개이고 돌아서 나오는 길 양옆 화단에 깨끗이 샤워를 마친 나무들의 촉촉이 젖은 머리카락이 보내는 유혹!
야생화는 지나치게 돌보면 오히려 자라지 않는다며
제 스스로 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물러나 바라볼 수 있는 절제가 야생화를 바로 사랑하는 것이라는 님들의 정성을 먹고 자란
50여분의 작품을 보며,
자식을 기르는 일도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도 이래야 할거라 생각했습니다.
 
구멍 뚫린 벽돌 속에 자란 바위솔을 수반에 앉혀서 내놓을 여유와
지천으로 널린 뱀딸기도 멋지게 드리워서 내 놓은 님들의 솜씨에는
인생을 즐기고, 삶의 여유를 알며, 자연과 벗하며,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는 연륜이 묻어있어 존경스러웠답니다.
250포기의 서로 다른 국화꽃과 잎이
서로의 모습과 빛깔을 다치지 않으면서도 서로 어깨를 겹쳐가며 어울려 혼자보다 더더욱 화사한 온실 속에서는
어머니의 사랑 담긴 품속에서 잠든 행복한 아이의 젖내음 마냥 짙은 국화향이 묻어 있었습니다.
 
 가지에서 빨갛게 익어 손대면 툭 하고 떨어져 내리는 방울토마토의 그 상큼하고 달큰한 풍미
어린아이 마냥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어느 것을 딸까하고 설레는 마음.
난 분명 아무걱정 없는 8살 꼬마였습니다.
 
춘천에서도 한참을 달려 온통 산자락 뿐인 길을 20여분 달려가서 오른 그 자리에는
서로를 믿고 바라는 그 사랑이 물매화꽃빛되어 화사히 빛나고 있었습니다.
구석구석 어디를 둘러봐도 살아있는 서로 다치지 않고 기대어 살아가는 생명으로 가득 찬 그 산자락은
나를 버려 새로운 생명을 길러내는 바로 어머니의 품이었습니다.
 
손수 거름주고 가꾼 온갖 고구마, 옥수수, 작은 오이하며 고소한 기름 냄새와 함께 올려진 호박부침개, 그리고 겉절이 김치,
소담히 차려진 한자루 촛불이 밝혀진 식탁을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히던 느낌!
그건 바로 천국의 음식이었습니다.
 
먹지 않아도 정성으로 배부를 그 음식은 정말 맛났답니다.
새(이쁜 소리의 카나리아)축사로 쓸 요량으로 직접 벽돌 쌓아가며 짓다가
전경이 너무 멋있어 큰 창을 내고 이렇게 꾸몄다는 그 마음이
그 넒은 공간이 꿈결인 듯 천국인 듯,
 "안녕하세요"하는 구관조의 인사에 일일이 답해주는 그런 주인을 닮아
낯선 사람에게 아직 눈도 못뜬 강아지를 내어주고도
그 순한 눈망울로 바라보던 이쁜 어미개(코코 스파니엘)
구석구석 놓인 압화 작품들
그 주위를 솜털마냥 풀어져 흩날리는 음악
욕심이 앞서
귀찮아서,
게을러서
용기가 안나
그렇게 묻어버린 내 꿈이
바로 내 눈앞에서 그렇게 펼쳐져 있었던 것입니다.
 
물위에서 우아한 물밑 백조의 치열한 자맥질처럼
그동안 그곳에 쏟아 부었을 땀과 노력과 시간을 생각하며
가슴 깊은 곳에서 치밀던 그 떨림이 늦은 사무실에 앉아있는 지금도 계속되고 잊혀지지 않는 한
난 꿈을 꿀 수 있고 희망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멋진 꿈같은,
동화같은 하루를 베풀어주신 여러 님들
-김예태 회장님, 이재경님을 비롯한 춘천 우리꽃사랑모임 회원님들 쿨님, 하수님, 미누골님, 온시님, 여주님, 동하님, 스님, 우리 차샘, 꽃님과 그반쪽님과 기다리다 못 뵙고 가신 영희님-
이제 괜찮으신지요?,
수암님 그리고 그 강, 호수, 산, 꽃, 풀, 강아지, 새, 모두모두 정말 고맙고 감사합니다.
 
그 깊이 진 신세를 이렇게 어설픈 한줄 글로 대신할 수밖에 없는 마음이 정말 안타까울 뿐입니다.

댓글목록

통통배님의 댓글

no_profile 통통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앗! 이렇게들 이뻐해주시니 감히 몸둘바를.... 화면보호기는 지힘으로 안되어서 젊은 분들께 부탁드렸어요. 완성되면 전해드릴게요. 정말 간만에 글을 써봤어요. 저절로 쓰고 싶더라니까요. 이런 글쓰게 해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

쿨님의 댓글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사진을 보고 또 보고 합니다...청초한 순백의 마음  사알짝 스민 아련한 사랑.... 18세 옛시간의 한장면을 떠오르게 하는 사진이군요...또한 통통배님의 글...모든 마디마디에서 향기가 납니다 ...전체가 향기덩이입니다

김남윤님의 댓글

no_profile 김남윤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올리신 구절초가 통언니처럼 곱고 소담스럽습니다. 어쩜 그리 섬섬옥수 고운글을 쓰시는지 부럽고 좋은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주님의 댓글

no_profile 여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참가 해놓고 무임 승차한 여주 각성하고 있습니다 ... 하지만 어눌해서 말솜씨 글솜씨  앞으로 10년은 더 연구해야 멋진 글 올릴 수 있을것 같습니다 .... 가슴은 뜨거운데 글 꺼내는 일을 잊고 살았더니 영 주눅이 들어서 ...  각성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들국화님의 댓글

들국화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ㅎㅎㅎ.전  삐질뻔 하였어요. 설마 저를 잊으신줄 알고...

꽃님이님의 댓글

no_profile 꽃님이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말~!정말~! 통통배님은 글쟁이&멋쟁이&꽃쟁이~~!!때론...너무 가까이 있어...손 안에 있어 그 소중함 모를 것들...새삼 깨우쳐 주심에 감사해요.

들국화님의 댓글

들국화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많은 분들이 부럽습니다. 저도 가고 싶었는데....  통통배님... 사진도 이쁘구 글도 이쁘구...안이쁜 곳이 없오요....

너른벌판님의 댓글

no_profile 너른벌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모두들 정말 즐거운 하루를 보내신 것 같습니다.참석은 못했지만 여기저기 사진과 글들을 접하니 같이 어울린듯 저도 흐뭇하고 즐겁고(치~이)마음이 따뜻해 옴을 느낍니다..근데 통언냐..진짜 통이네(죄송)..헤헤

초이스님의 댓글

no_profile 초이스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강, 호수, 산, 꽃, 풀, 강아지, 새, 비, 바람, 나무, 돌, 안개, 이슬...그리고 이와 함께사는 사람들...간직할만한 하루였습니다. 

이슬초님의 댓글

no_profile 이슬초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성이 풍부하신 통님의 나열된 글속에 도취되다보니 아련한 추억이 묻어나고 님들의 모임이 얼마나 아름답고 정겨웠는지를 알수있을것 같아요. 오늘 하루도 멋지게보내세요..~~

류성원님의 댓글

no_profile 류성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늦은밤 누님글을 보니 춘천 번개모인에 못간게 한이되는군요. 한번더 야사모의 가족애를 느겼습니다. 좋은꿈 꾸시길... 갱상도에서 겉으로는 늙은 동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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