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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로변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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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들국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댓글 35건 조회 1,332회 작성일 03-02-07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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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학교 때.
우리 집은 기찻길 위로 난 길을 따라 한참을 더 올라가야 하는
달동네에 있었다.
학교에서도 선생님이 머리라도 쓰다듬으시며
  "너 어디사니?" 하고 물었다가 "철길위요" 라고 하면  입맛을 다시며
얼른 표정을 바꾼후 "거 위험할테니 조심해서 다녀라.."하곤
싹 돌아서시는데.....
어린때라 달동네가 뭔지를 몰랐고(*찢어지게 가난하진 않았음) 그저 집뒤로 야산이 있으며 시궁창이  넓다란체 방치되어  있어 겨울엔
얼음을 타며 놀기 아주 좋기만 할 뿐 아니라 큰 홍수라도 나면
물구경하는 맛도  크나큰 즐거움이었으니...
누가 그랬던가,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가난하지 않았음  술주정뱅이가 상다리 부수고  왜  우는지를 몰랐을것이고
가난하지 않았음  입학한 어린딸이 숙제라고 적어왔을때
내용을 읽지 못하여  고민을 거듭하다 주인집 현관앞을 기웃거리는
어미의 심정을  내 조금도 알지 못하였을 것이다.

그땐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내 세상의 전부였다...
늘 옆집이나 앞집은  싸우는 소리가 났고...
아이들은 콧물이 흘러도 병원에 가지 못했다.
의료보험혜택을 받는 애는  당시그 동네엔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어느덧 4학년이 되었을때
우리반에 길주라는 소녀가 전학을 왔다.
얼굴이 하얗고  눈동자가  한없이 선해 보이는  다갈색인데
쌍꺼풀이  참 얌전도 하고
머리카락이 또한  어찌나 가늘고 결이 고운지 짙은 갈색 머리카락을
나부끼며  고무줄 놀이를 할때면 우리반   여자아이들은 부러움반 시샘반이요 남자애들은 침이 질질.(머시마들 입좀 다물래이!)

어느날 하교길에  그 아이가 뒤에 오길래
난 좀  뻐팅기며(그때나 지금이나 한번 뻐팅기는게 예절이라고 믿고 있음)
본척만척 하였더니  그아이가 쪼르르  앞으로 달려와
"야,너 우리 반이지? 나랑 같이 가자..나 저기,저기가 우리집이야..."
하며 가르키는데
한참이나 낯익은 지형 설명에 왈칵 반가움이 앞서 자존심도 팽개치고 얼렁 손을  잡으며 "그래,,,,내랑 같이 가자이..." 하며
아주 신이 났었다.
그 아이 길주는  철길을 건너지 않았다.

철길옆.
단층의 하얀 양옥.
그 말끔함에 기가 질렸다.
집에서 계란을 넣어 구웠다는 케익이 눈으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 가는지 모르게  황망하니  얻어 먹고 게다가  병우유..
그 귀한 서울우유 한병까지 선물로 받아  집으로 돌아올때 나의 기쁨이란...

알고 봤더니 길주의 아버진 우리 학교의 자연 선생님이셨다.
아파트를 마다하고  식물과 친하고 싶어  변두리로  이사를 오셨으리라
짐작이  되지만 그때 아마 길주 어머닌 늘 우울한 얼굴이었다...
못참겠다는듯한,,,  (주변의 질식할듯한  기적소리와 달동네의 공기와  분위기탓이겠지만...)

그해 여름  학교에서 피구를 하고 길주네 집에 엎드려 어려분 산수 문제를 빼끼고 있는데  선생님이 우릴 부르셨다..
"자...이거 하나씩 받아라...."
마당에서 뭔가 하나씩 따서 마치 계란을  분배하시듯 소중하게 내 손에 올려 놓으셨다.
그  노오란 열매.....
길주가 먼저 깠다.
속이 보였다..
야~~! 길주와 나는 똑같이
탄성을 질렀다.
겉은 노오란게 열매는 빨갛고 특히 씨앗의 생김이 화려하고 길쭉한것이
한눈에 반할 만 했다...
그 미끌미끌한 속을  어찌 먹었는지 기억조차 안나지만 여주씨앗만은
나의 내복 보석상자에 오랜 동안이나  보관 되어 있었다...

몇년전부터 인터넷이란게 우리나라에 급속히 보급 되더니  그 물결에 동창을 찾는다는  아이러브스쿨이란 곳까지 생겨나  아주,아주  난리부르스가 났다.
그무렵이었을 것이다..
내게도  낯선 남자(??)의 메일이 도착을 하였으니.... 그것도 외국에서...(영국)

그 이메일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내 특이한 이름을 기억하고 있던
그 시절의 남자 동창이었다.
그 멀고먼 타국에서 날라온 내용인즉....

길주라는 소녀를 아십니까?
내 첫사랑입니다
찾을수 있을까요?




어찌 찾을수 있을것인가....
세월의  모래톱에 뭍혀 버린 그 추억의 소녀를....

난 답장을 보냈다.

장 아무개님....
.저도 길주를 기억합니다.
유난히 착하고 머리카락이 갈색이었지요....
그러나 세월이 너무 흘러 아직도  착할지...
그 머리카락이 갈색일런지는 모르겠군요....
저도 지금은 부산에 살지 않고 있으니..더더욱  알기도 어렵고..
그러나  제가 더 알려드릴게 있어요.
그 아인 마음도 착했고 여주 열매를  무척이나 좋아했답니다.






뒤로 한번 더 답장이 왔다.



<고맙습니다.
여주???? >




그것뿐이었다.

댓글목록

들국화님의 댓글

들국화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참말로.... 오리발도 가지,가지셔.... 암튼 낸 드렸응께 다음달에 리어카로 받아야 겠슴다...ㅎㅎㅎ.

스카이님의 댓글

no_profile 스카이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말도말그라... 초등학교때 인기투표에 맨날 짱~ 일등이던 남학생 .. 이름도 기억하는데.."조용빈" 야.. 너 어딨냐?? ㅋㅋㅋ  혹시 만날날있으려나...

들국화님의 댓글

들국화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어디다 쓰고 옮기는게 아니라 단숨에 쓰기 때문에 다 쓰고 나면  늘 수정할곳이 태산이랍니다....요...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들국화님의 댓글

들국화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아,그리고 참  저도 계속 수정하고 있는데 초이스님도 하고 계셨어요? ㅎㅎㅎ.

홍은화님의 댓글

홍은화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암튼, 점점 삭막해지는거이...맴에는 안들지만 어쩌겄슈~ 지도 거그 포함집합잉게~ ^^

꽃님이님의 댓글

no_profile 꽃님이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꽃님이도 여러해 동안 울타리에 망을 치고 심어 봤었지요.석류처럼 빨갛게 익어 벌어지는 열매를 보는 재미에...(먹기도 하구요...)

초이스님의 댓글

no_profile 초이스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 글을 읽으면서 하릴없이(작가의 허락도 없이) 잘 못된 부분을 교정하며 읽어 내려가다가, 문득 아잇적 철다리(철교) 밑에서의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는 저를 생각 해 내고 있습니다.  기차가 지난자리에 장난감으로 변해 있을 장못도 떠 오르고...오랜만에 순정을 느끼게 됩니다.

홍은화님의 댓글

홍은화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오~솔길님! 기찻길위에서 살아도 철도청에서 암말안해요? ^^;; 크흐~ 제가 지금 기차길옆에 살고 있다는거 아닙니까~ ^^

들국화님의 댓글

들국화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성대역 5분거리에 5층짜리 저층 아파트가 있데요....거기 친구가 살았어요..철길이 옆이던데...

홍은화님의 댓글

홍은화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이거 잘하면 초등학교때 짝사랑하던 녀석이 꿈에 나오겠군~  근데, 유난히 얼굴이 하얀아이는 어디든 꼭 나오더라.. ^^;

들국화님의 댓글

들국화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일났네..일났어..... 초이스님 사모님요....단속경보 울립니더....ㅍ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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