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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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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들국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댓글 14건 조회 1,335회 작성일 03-02-2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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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광화문에 가려고 지하철 7호선을 탔습니다. 물론 군자역에서 5호선으로 갈아 타려는 생각이었지요. 자리에 앉아  조금 있으려니 첫정거장에 차가 멈추었고 곧 우르르 한무리가 들어와 빈자리를 차지하고 앉더군요..   그리고 문이 막 닫히려는데 문제의 그 남자가  튕겨져 들어왔습니다. 그 남자.... 옷차림부터 한순간에  좌중의 시선을 잡기에 충분히 지저분하고  남루하고 더럽더군요. 그러나 대개의 사람들이 그렇듯 일단 한번 눈길을 주곤 끝이었습니다. 다시 일상으로... 누구는 핸드폰 통화를 하고.. 누구는 음악을 듣고.. 나는 또다시 내 개인의 상념속으로  빠져 들려는데 ..아 글쎄..그남자.. 갑자기 가방에서  커다란 가세기(가위)를 냅다 꺼내지 뭡니까... 허걱~~!! 이게 뭔일인겨..... 다들 눈이 둥그래졌습니다. 낮시간대라 대부분이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그남자만 유독 서 있었거든요.... 좌중의 시선이 모아지자 이남자는 점점 대범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지하철 바닥에 털썩 앉더니  갑자기 부시럭 거리며 신문지를 꺼내어 바닥에 확 펼치더군요. 예전에 저는  지하철에서 중국산  장갑을 파는 사람도 보았고  우산을 파는 분도 보았었지요... 그러나 거개 그런분들은 인상이 깔끔하고  가방하나 큰거 빼곤  별다른 특징이 없었는데 그남자는 그런 부류는 아니듯 했습니다. 침이 꼴깍 넘어갔지요... 호기심 발동.... 그때부터  그남자의 엽기행각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남자... 콧물을 쉼없이 들이키며 커다란 가위로 신문을 모퉁이부터 오려 내기 시작하더군요. 싹둑..싹둑(가위질 소리)... 훌쩍훌쩍(콧물 들이키는 소리)... 그후로 오랜동안 아무도 통화를 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상념에 잠기지 못하였습니다.. 그 남자가 혹시 가위를 들고 눈을 번득이며  달려 들면 어쩌나.. 갑자기 주머니에서 일회용 라이터를  켜들면 어쩌나..... 우리는 마주앉아 아무말도 못한체  두눈만 껌벅이며 서로 암담해지기 시작 하였습니다. 제 가슴은 자꾸 오그라 들더군요... 이게 뭔 일이란 말인가.... 저 남자가 갑자기  나에게 달려 들어 가위날을 번득일것만 같았습니다... 앞으로 지하철에서 내릴려면 여섯정거장이나 더 가야할거 같은데..... 전  그 남자를  몰래 바라보았습니다... 남자는 신문을  오리느라 아주  무아지경에 빠졌더군요. 전  정말이지  어이없게도  다음역에서 후다닥  차를 내려 버리고 말았답니다.... 그후의 기분이란...... 어쩌지 못하는  안도에의 욕구와  그 무리에서 빠져 나올수 밖에  없었던 패배감... 멀어지는 지하철을 바라보며 전 힘없이 중얼 거렸습니다... 제발  ....그냥  지나 가거라.....아무 일없이... 대구지하철 참사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댓글목록

들국화님의 댓글

들국화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아....  그러셨군요...^.^....  그렇담 참 다행이었군요...

안재형님의 댓글

no_profile 안재형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저분하고  남루하고 더럽더라구요.  그럼 저 같은데요  그래서 의자를 포기하고
바닥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예쁜 딸에게 줄 선물로 가위와 신문지로 장미꽃 만들었는데
보셨습니까? 

산유화님의 댓글

no_profile 산유화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 신문지 내용이 아마 대구지하철 방화사건 아닌지 몰라요?
대구의 지하철은 사고가 너무 많이나요.
워낙 사고 많이 나니 보험 듬직한거 하나, 후레쉬하나, 휴대폰 발신추적 잘 되는것 하나, 타지않은 신분증 하나 등등을 갖춰야되지않겠어요..

타잔님의 댓글

no_profile 타잔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허~~  젊은 사람이 그 정도로 사는게 어렵네,, 패배감을 느꼈네,, 그러누?
난 그 양반 잘라낸 신문지를 어찌 했을까 그것이 궁금하구만...

들국화님의 댓글

들국화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제가 어제 초이스님 뒷굽을 한번 밟은거 가지고 이리 눈치를 주시다니... 흑흑 섭하요~~

들국화님의 댓글

들국화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요즘 지하철에 이런 사람이 부쩍 늘었다네요...암튼  조심해야 할 목록이 하나 더 생겼으니...갈수록 더 각박하고 사는게 어렵습니다..

초이스님의 댓글

no_profile 초이스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이고~ 고거시가 아니고요.
들국화님 성격(뭐,터프어쩌고 하길래)상 봐 주신기 아닌가~~ 해서리...
참, 언제 낼로 밟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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