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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캐러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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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꽃마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5건 조회 1,554회 작성일 03-03-13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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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캐러 나갔습니다. 얼마전 부터 모시고 있는 시어머님과 함께 . 팔순이 되신 어머님을 더 이상 홀로 두고 볼 수가 없어 모시고 왔는데 아파트 공간을 무척 답답해 하십니다. 그래서 오늘은 일찍 어머님을 모시고 팔공산으로 나물을 뜯으러 가자고 했습니다. 어머님 얼굴에 화색이 돕니다. 내 모자를 어머님께 씌워드리고 "아이고 우리 어머님 참 곱네!! 꼭 봄 처녀 갔네요" 했더니 얼굴이 붉어져 오는 모습이 영판 봄처자 같습니다. 아직 산 바람은 찬 것 같으나 양지쪽은 따뜻합니다. 나물이 그리 흔한 것은 아니나 어머님이 추억에 젖기엔 그다지 아쉽지는 않습니다. 나물을 뜯으며 고부간에  이야기를 합니다. 팔순의 어머님이 살아 오신 이야기는 늘 들어도 늘 한이 많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일찍 홀로 되셔서 아들 하나 바라보고 산 세월이었으니 "내 야그를 글로 씨몬 글 씬 두루마리 지고 일나 서지도 몬 할끼다" 지금은 나물 뜯는 것을 소풍삼아 재미 삼아 뜯지만 그땐 바로 양식이었으니까요 보리고개 넘던 이야기를 합니다. 쌀이 없어서 쑥을 뜯어서 섞기도 하고, 무를 밥에 섞기도 하고, 씨래기를 섞어서 밥을 불려서 먹었다는 이야기를 도란 도란 마주 보고 합니다. 씻내이,구시디~나물, 돗내이. 나새이. 물레너물. 같은 나물을 보고도 내 입에서는 냉이라고 나오고 어머님은 씻내이~합니다. 내가 돌나물 하면 어머님은 돗내이, 하시고 , 어머님이 물레너물이라고 하는 것을 보니 그것은 꽃다지 입니다. 이렇게 나물이름은 다르지만 먹고 못 먹는 것을 정확하게 가려냅니다. 어머님의 입을 통해서 나오는 나물 이름을 기억하려고 몇 번이고 캐 묻습니다. 그 이름들이 더 정답게 들리거든요. 봄 햇살이 따가운 것 같지 않더니 집으로 오니 그새 얼굴이 화끈화끈 거립니다. 봄 빛에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 빛에 딸을 내보낸다더니 잠시 몇 시간의 봄 외출로 낯은 화끈 거립니다. 얼른 나물들을 다듬어서 정리를 합니다. 쑥은 찹쌀 가루에 설탕과 소금을 묻혀서 찝니다. 온 집안에 쑥 향기가 가득합니다. 냉이는 데쳐서 반으로 나눠 놓습니다. 반은 콩가루를 묻혀서 냉이국을 끓일 거구요 반은 초 고추장에 바락 바락 주물러서 새콤 달콤한 나물을 무칠거구요 돌나물은 된장국을 끓여서 그냥 날 것으로 밥 위에 올려서 비벼 먹을 거예요. 외출 나갔다 온 뒤 피곤 했을까요? 그새 방에 누운 어머님을 소리쳐 부릅니다. 맛있게 쪄진 쑥버무리를 내 놓습니다. 뜨거운 쑥 버무리를 후후 불어서 어머님 입 속으로 넣어드립니다. 어머님 얼굴 가득 행복한 미소가 번집니다.

댓글목록

꽃마리님의 댓글

no_profile 꽃마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리플 달아 준 님들께 감사!
이 진용님은 한 컷으로 해결하는 일을 전 이렇게 길게 수다를 떨어야하는 군요

모두 모두 감사합니다.

-꽃마리드림-

심연휘동님의 댓글

no_profile 심연휘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폭의 수채화 같습니다.
  저희 가족도 지난 삼월 초아흐렛날 빛 고을에서 조금 떨어진 장성에서
이제 막 전남대학교에 입학한 둘쨋 놈과 쑥캐러 갔었습니다. 15층에 사시는 세라피나님은  무슨 남자가 쑥을 다 캐러 가냐고 하지만 가족끼리 봄 나들이 삼아 가는 쑥캐기는 가족 상호간의 대화의 시간이 되기도 한답니다.
  야사모 회원님들 이번 봄에는 나물캐러 가십시다. 이왕에 딸은 가을볕에 내보내야 되니
우리들은 며느리와 함께 봄나들이 갑시다.

통통배님의 댓글

no_profile 통통배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렇게 고부간이 나란히 아지랑이 피는 들판에서 도란거리는 모습!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머금어지는 군요.
제 마음이 다 훈훈해 졌습니다. 고맙습니다.

들국화님의 댓글

들국화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대체 꽃마리 님은 어떤 분이실까요? 너무 궁금하오이다..글도 너무 잘 쓰시고...마음도 이쁘시고...아이디도 곱고.....빨랑빨랑 뵙고 싶습니다....

풀사랑님의 댓글

no_profile 풀사랑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친정 엄마와 봄이면 쑥 캐러 나가곤 했는데..
캐온 쑥으로 쑥버무리를 참으로 맛나게 만들어 주신 엄마가 그립군요.
지는 아모~리 해도 엄마의 그 맛을 낼 수가 없더군요.
그림 같은 풍경 입니다. 늘 행복하세요

풀잎님의 댓글

풀잎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봄나물 푸른 향내가 스미는 듯 합니다.
참 정겹게 사시네요. ^^

풀내음님의 댓글

no_profile 풀내음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가지고 계신 꽃마리님 참 행복하시겠습니다.
그모습이 세상의 어떤 아름다운 꽃보다도 아름답지요
"어머님"  언제 들어도 아름다운 꽃말 아닐까요!
항상 우리의 가슴속에 남아있는 어머님 오늘 다시한번 조심스레
불러봅니다    어  머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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