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살
작성일 05-02-16 14:05
조회 235
댓글 5
본문
2005. 2. 14. 아까사까 동경.
체크아웃 전
조금 일찍 서둘러 며칠간 묵었던
숙소 옆 거리를 힐끔거리며 느릿느릿 걸어 보았다
가로에 줄지어 선 가로수 아래
성급하게 핀 동백꽃들이 까르르 소리내며 웃고 있었고
웃음따라 고개를 들어보니 키 큰 건물 하나 우뚝 서 있었다
온 몸이 흰 천으로 쌓여 있는 걸 보면
건물은 목하 수리 중인 듯 했다
아무거나 덮어서 그 기간만 무사히 넘기면
신데렐라 마술 걸리듯 누더기 옷이
보석 치장한 화려한 드레스로 금세 바뀔 터인데
누군가 그 마술이 효력을 발생하기 전,
기다림의 기간까지도 신경을 썼나 보다
내심 어떤류의 퍼포먼스 내지는
아트워크로 상승시키고자 욕심을 냈을지도 모르겠다
입구만 제외하곤 틈 하나 없이 천에 싸여진 건물
응급실 환자처럼 답답해 보였을까
때마침 도시를 환하게 내리쬐던 아침햇살 눈에
건물은 여지없이 걸려 들었다
인정많은 아침 햇살
맞은편 건물 유리창을 빌어 이 건물에다 창을 뚫어 주었다
자~ 편안하게 숨쉬어 보렴
그리고 바깥도 좀 내다 보렴..
아침 햇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도 아름다운 창을 뚫어 준.
.
댓글목록 5
해아래님의 그 느림과 정 깊은 안목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댓글에 담긴 해학까지... ^<^*
아이쿠~ 꿈보다 해몽이십니다.
꼬리를 안으로 밀어넣고 바짝 엎드립니다.
두루 감사합니다.
꼬리를 안으로 밀어넣고 바짝 엎드립니다.
두루 감사합니다.
잘 봤습니다^^*
아름다운 시가 뚝딱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겠지요.
기다림의 순간을 가린 천에
딱 걸려든 햇살을 용케도
잡아내신 님은
어쩔수 없이 시인이시군요^^*
기다림의 순간을 가린 천에
딱 걸려든 햇살을 용케도
잡아내신 님은
어쩔수 없이 시인이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