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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기타

[E-10]삼악산님께 답장

작성일 03-04-04 12:21 | 1,071 |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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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0 x 480

삼악산님께서 올리신 한계령의 사진 잘 보았습니다.
저는 이번 시집에 표지로 들어간 사진을 올립니다.
사실 이 사진은 지난번 6시 내고향 촬영때 통제구역을 들어가서 찍은 것입니다. 뭐 그렇다고 항시통제하는 구역이 아닌 폭설주의보 때문에 임시 통제를 하던 등산로를 들어 갔습니다.
일반적으로 한계령을 들리시는 분들이 보기엔 낯 선 풍경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도 그래서 일 것입니다.

인터넷에는 최근 잘 공개하지 않고 있었지만 이번엔 그 방송분의 원고를 그대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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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에서Ⅰ
  

온종일 서북주릉(西北紬綾)을 헤매며 걸어왔다.
안개구름에 길을 잃고
안개구름에 흠씬 젖어
오늘, 하루가 아니라
내 일생 고스란히
천지창조 전의 혼돈
혼돈 중에 헤메일지.
삼만육천오백날을 딛고
완숙한 늙음을 맞이하였을 때
절망과 체념 사이에 희망이 존재한다면
담배 연기빛 푸른 별은 돋을까

저 산은,
추억이 아파 우는 내게
울지 마라
울지 마라 하고
발 아래
상처 아린 옛 이야기로
눈물 젖은 계곡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구름인 양 떠도는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홀로 늙으시는 아버지
지친 한숨 빗물 되어
빈 가슴을 쓸어 내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온종일 헤메던 중에 가시덤불에 찢겼나 보다
팔목과 다리에서는 피가 흘러
빗물 젖은 옷자락에
피나무 잎새 번진 불길처럼
깊이를 알 수 없는 애증(愛憎)의 꽃으로 핀다
찬 빗속
꽁초처럼 비틀어진 풀포기 사이 하얀 구절초
열 한 살 작은 아이가
무서움에 도망치듯 총총이 걸어가던
굽이 많은 길
아스라한 추억 부수며
관광버스가 지나친다.

저 산은
젖은 담배 태우는 내게
내려가라
이제는 내려가라 하고
서북주릉 휘몰아온 바람
함성 되어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한계령-양희은]



댓글목록 12

  설악가를 아시는 분은
설악가도 한번 올려주실래요?

옛날 산친구들이랑 부르던 약간은 쓸쓸하던 그 노래가
오늘 이 그림때문에 더 간절히 생각나네요, 그 친구들도,,
그 친구들과 밤새워 마시던 술도......
  서로 주고 받을 수 있는 두분 부럽습니다...항상 받기만하고 가네요...뭐든지 줄때가 행복한 법인데 말입니다.  고마워요!!

홍은화님의 댓글

홍은화 이름으로 검색
  제작년가을 한계령에 갔다가, 우리 내년에 또 오자~ 했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였습니다. ^^;
  한계령!
언제 봐도 항상 그 비슷한 느낌.
세월이 이렇게 훌쩍 흘러 변하였지만 늘 그 계절에 따라 느끼는 감정은 같습니다.
겨울 설경 사진들 모두 여기에 올려드리지요^^

박정선님의 댓글

박정선 이름으로 검색
  누가 양희은님에 한계령좀 올려주세요(노래 제목이 맞나 모르것네.)

들꽃사랑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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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분이서 주거니 받거니...정겨운 모습..너무 너무 보기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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