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
작성일 02-12-19 15:00
조회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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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도종환
저녁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 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 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 宋梅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3-01-10 12:37)
댓글목록 7
에구 종태님 걍 한 소린데...창을 크게 해서 함 봣으면 또 어떨까 싶어서...감사합니다.
뜬구름님, 앞으론 창이 조금 더 크게 고치도록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_^*
시인은 국화와 구절초를 나름대로 구분하는군요. 근데 국화를 개량종 국화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종태님 창이 조금만 더 컸으면 밖이 좀 더 잘 보일꺼 같은데요...^&^
갯벌에서도 무논에서도 새들은 쉬어갈 수 있는데... ^^; 제가 좋아하는 시중에 하나입니다. ^^ 창가에 서면 두런두런얘기가 들리지요~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작가의 사랑하는 당신이 누구인진 모르지만...^^
추억이 잇어 보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