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동산표랍니다...

홀로 오른 뒷동산,
계곡 물소리 친구삼아
노루귀를 찍고 있는데
어떤 분이 내려오셔서 꽃이 있느냐고 묻는다.

사실 다른 곳엔 꽃이 없어
딱 한곳에 핀
노루귀에 올인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꽃을 찍으시는데
힘드셔서 저 위쪽에 계시단다.

꽃이 있다고 하니 모셔오신다고 한다.
한참 후, 아들과 함께 온 아버지는 90이 넘으신 노신사였다.

노루귀 담으시는데
아버지만 모시고 온줄 알았던 아드님도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어떻게 사진을 찍는지 가만히 보니
장착한 렌즈가 70-200
초보자가 봄꽃을 촬영하기엔 난해한 렌즈죠.

어중강하게 서서 사진을 담으시기에
카메라를 뺏어 노루귀를 찍어 보였다.

제가 그 렌즈 엄청 좋아해서 많이 들고 찍던 거였죠.
후후
그분 오늘 야생화 사진에 빠지셨어요.
엄청 이쁘다고 칭찬하시고
자신의 사진도 맘에 든다고 하시고....ㅎㅎ
노루귀를 담을 때 역광의 털...강조했죠.

암튼 찍을게 별로 없어서
아주 널널하게 산책삼아
다녀온 천마산....


사실 오늘 제가 감동 받은건
보송보송 솜털이 이쁜 노루귀가 아니라
연로하신 아버지를 모시고
꽃탐사 다니시는 아드님의 효심에
더 감동을 받았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