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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 기자(아뒤:우면산 님)의 꽃이야기 전문을 여기에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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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우구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3건 조회 3,184회 작성일 14-08-19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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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8/19일자) 조선일보 조간에 실린 글입니다.

 

마타리꽃 냄새, 칡꽃 향기

요즘 핀 마타리꽃, 냄새는 고약… 노루오줌·계요등 이름도 냄새 때문
칡꽃 향기 그윽, 함박꽃나무는 淸香
좋은 향기는 벌·나비 유인하고 고약한 냄새엔 파리·딱정벌레 몰려
꽃향기에 담긴 식물 생존 전략 신비

김민철 사회정책부 차장
김민철 사회정책부 차장






요즘 도로를 달리다 보면 언덕 여기저기에서 황금색으로 흔들리는 꽃들을 볼 수 있다. 마타리 무리다. 여름 끝자락에 피기 시작해 가을을 알리는 대표적인 꽃이다.

꽃은 물론 꽃대도 황금색으로 강렬하기 때문에 시선을 끄는 데다 한번 보면 잊기 어렵다. 마타리는 줄기 끝에 꽃들이 모여 피는데, 아래쪽일수록 꽃송이가 길고 위쪽일수록 짧아 꽃들이 거의 평면으로 피는 특이한 구조를 가졌다. 그래서 꽃 모양이 우산 중에서도 바람에 뒤집어진 우산 모양(산방꽃차례)이다.

마타리는 소설가 황순원의 단편 '소나기'에도 나오는 꽃이다. 소년과 소녀가 산 너머로 놀러 간 날, 소년이 소녀에게 꺾어준 여러 가지 꽃 중에서 '양산같이 생긴 노란 꽃'이 바로 마타리다.

문제는 마타리에서 그리 좋지 않은 냄새가 난다는 점이다. 얼마 전 여름휴가 때 국립수목원을 둘러보는데 어디선가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고약한 냄새가 풍겼다. 주위를 둘러보니 마타리에서 나는 냄새였다. 같이 간 일행이 "아휴, 독해"를 반복하며 서둘러 자리를 피할 정도였다.

경기도 양평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에도 마타리를 심어 놓았다. 이곳에는 소나기마을에서 나는 특이한 냄새의 정체를 알려주는 작은 안내문이 있다. 꽃이 필 무렵 마타리 뿌리에서 나는 냄새이니 오해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이 냄새는 간장 냄새 같기도 하고 인분 냄새 같기도 하다. 한방에서는 간장 썩는 냄새가 난다고 해서 마타리를 '패장(敗醬)'이라고 부른다.

이 꽃이 왜 마타리라는 이국적인 이름을 가졌는지는 확실치 않다. 외래어가 아닌 순우리말로, 줄기가 길어 '말(馬)다리'처럼 생겼기 때문이라는 설, 하도 냄새가 지독해 맛에 탈이 나게 하는 '맛탈이'에서 유래했다는 설 등이 있다.

좋지 않은 냄새가 나는 꽃은 마타리만이 아니다. 요즘 산과 들에서 볼 수 있는 노루오줌, 계요등(鷄尿藤)은 각각 뿌리와 꽃에서 노루와 닭 오줌 냄새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마타리가 냄새는 좋지 않지만 꽃이 예쁘듯이, 노루오줌도 연분홍색 꽃이 아주 근사하다. 노루 오줌 냄새가 어떤지 여러 번 코를 킁킁거려 보았다. 그다지 고약한 냄새는 아니고 약간 역한 냄새가 섞인 신선한 냄새였다. 계요등도 흰색 바탕에 자줏빛이 도는 꽃이 정말 예쁘다. 봄에 자주색 꽃이 둥글게 뭉쳐 피는 쥐오줌풀도 어떤 냄새가 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6월쯤 피는 밤꽃 냄새는 좀 민망하다. 효모 냄새 같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비릿한 것이 정액 냄새 같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2012년 서울시교육청의 한 간부가 내부 방송에서 '밤꽃'이라는 시를 읽으며 "여성이 낭송하기 좋은 작품"이라고 말하자 일부 여직원이 성적 수치심을 준다며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옛날에는 밤꽃 냄새를 '양향(陽香)'이라 불렀고, 밤꽃이 필 때면 부녀자들이 외출을 삼갔다고 한다.

[김민철의 꽃이야기] 마타리꽃 냄새, 칡꽃 향기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이런 꽃들은 '냄새'가 난다고 할 수 있지만 좋은 '향기'가 나는 꽃이 더 많다. 한여름에 산기슭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칡꽃 향기는 그윽하다. 10여m 떨어진 거리에서도 주변에 칡꽃이 핀 것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향기가 진하다. 설악산 등 깊은 산에서 볼 수 있는 함박꽃나무 꽃향기는 맡으면 기분이 상쾌해질 정도로 좋다. '청향(淸香)'이라고 해야 할 만큼 맑은 향기다. 은방울꽃·치자꽃 향기도 너무 좋고, 라일락과 아카시아꽃도 꽃향기를 얘기할 때 빼놓으면 서운해할 것이다.

꽃향기가 실용적인 목적으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 유럽 여행을 가보면 집집마다 창가에 제라늄 화분을 놓은 풍경을 볼 수 있다. 창가에 제라늄을 놓아두는 이유는 화사한 꽃을 보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꽃을 이용해 방충 효과까지 얻기 위한 것이다. 모기가 제라늄 냄새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라늄을 모기를 쫓는 식물이라는 뜻의 '구문초(驅蚊草)'라고도 부른다.

꽃이 냄새나 향기를 내뿜는 것은 벌 등 꽃가루받이 매개체를 유인하기 위한 것이다. 식물은 매개체가 찾아와 몸에 수술의 꽃가루를 잔뜩 묻혀 암술에 옮겨주어야 씨앗을 만들 수 있다. 달콤한 꿀과 아름다운 꽃 색깔 등 여러 가지 유인책이 있지만 냄새는 멀리 있는 곤충까지 유인할 수 있어서 매우 효과적이다. 특히 매개체가 나방 등 밤에 활동하는 곤충일 경우 냄새가 특히 중요하다. 그래서 밤에 피는 꽃들은 향기가 강한 편이다. 반면 굳이 매개체를 유인할 필요가 없는 자가수정 식물은 향기가 없거나 약하다.

'꽃의 제국'의 저자인 강혜순 성신여대 교수는 "라일락과 아카시아꽃같이 좋은 향기들은 대개 벌이나 나비를 유인하는 것이고, 좋지 않은 냄새가 나는 꽃들은 매개체가 암모니아 냄새를 좋아하는 파리나 딱정벌레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마타리의 고약한 냄새도 꽃가루받이 매개체인 딱정벌레 등 작은 곤충들이 좋아하는 냄새라는 것이다. 꽃향기에도 오묘한 자연의 이치와 식물의 생존 전략이 숨어 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댓글목록

킹스밸리님의 댓글

no_profile 킹스밸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야생화의 훌륭한 주제 꽃향기를 이렇게 멋지게 풀어 내셨네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향기로 치자면 정향나무/털개회나무가 최고라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ㅎㅎ

꼬레아님의 댓글

no_profile 꼬레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 stage 마타리 구성도 좋구요. 두 아이가 들어간 삽화도 좋네요.
독자로 하여금 이 글을 읽지 않고는 못 베겨 나도록 치밀한 구성럭이 돋보이는군요.

우면산님의 댓글의 댓글

no_profile 우면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림은 소설 '소나기'를 염두에 두고 그린 것 같습니다. 칭찬을 들으니 글쓴 보람을 느낍니다. 고맙습니다. ^^

나무그림님의 댓글

no_profile 나무그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길가에 줄지어 나와있으면 콧노래가 절로 나올정도로 아름답지요.
아름다움에취해 향기도 마냥 좋을거란 환상속에 살았던것 같습니다.

몽블랑님의 댓글

몽블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꽃향기가 그윽한 숲속을 거닐때는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삽화는 동화적인 그림이군요
별이 뜬 하늘에 소나기가 내리고 소년소녀가 소년의 윗옷으로 소나기를 피하고 있고~

알리움님의 댓글

no_profile 알리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식물의 생존전략이 참 신비하다는 걸 느끼는 요즘입니다.
사진과는 다른 삽화의 느낌이 참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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