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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관련 조선일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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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옥가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2,943회 작성일 14-10-1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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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인데 야생화관련 글이라 혹시 못읽은 회원들을 위하여 올렸습니다.

알찬가을 되세요. 

옥가실올림

 

 

 

조선일보 ‘ESSAY’기사(2014, 9, 24일자)

 

 

 

아파트 베란다에 찾아온 행복

입력 : 2014.09.24. 06:22

 

화분에 스스로 싹튼 야생화갓난아기 대하듯 정성 쏟았더니
개양귀비는 아름다운 꽃 피우고 범부채는 호랑이무늬 꽃을 滿開
마른장마 무더운 여름 견뎌내고 활력과 기쁨 준 그에게 감사를!

 

 

 

 

 

 


김천환 농어촌환경기술연구소 고문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야생화의 종류도 많고 품종도 다양하다. 꽃의 색깔이나 향기가 독특하기도 하다. 이름이라도 아는 꽃을 보면 친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고 정겹기까지 하다. 처음 보는 꽃은 모르는 사람을 처음 만난 것처럼 이름이나 향기 등이 궁금하다.

가을 하면 들국화가 떠오른다. 산자락이나 논두렁 밭두렁에 피는 보라색 꽃잎에 노란 꽃술, 그리고 은은한 향기로 벌과 나비는 물론 지나는 길손을 부르는 가을의 대명사 쑥부쟁이는 대표적인 들국화다. 품위가 있고 고고하면서도 고향 사람처럼 반갑고 정감이 가는 꽃이다. 가난하여 쑥을 캐러 다니는 불쟁이(대장장이)의 딸인 '쑥부쟁이'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담긴 꽃 쑥부쟁이를 얼마 전 성묘길 논두렁에서 만나 정담을 나누었다.

쑥부쟁이, 애기똥풀, 며느리밑씻개…. 우리 야생화는 해학(諧謔)적인 꽃 이름만으로도 아마추어들의 흥미를 돋우기에 충분하다. 애기똥풀은 전국 어디서나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풀꽃이다. 줄기나 잎자루를 자르면 나오는 노란 유액이 갓난아기 똥 같다고 하여 이런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연둣빛 잎이나 줄기가 아기처럼 연약해 보이지만 샛노란 꽃을 봄부터 늦은 여름까지 피우고 때론 가을꽃과 어울려 피기도 할 정도로 오랫동안 피는 꽃이다.

야생화 중 가장 재미있는 이름은 며느리밑씻개일 것이다. 잎자루나 줄기에 날카로운 가시가 있고 다른 나무에 붙어서 살 수 있는 덩굴풀이다. 꽃은 고마리 꽃과 아주 비슷하게 작고 앙증맞다. 열매는 짙은 보라색으로 꽃보다 더 곱지만 익으면 검어진다. 시어머니가 볼일을 본 미운 며느리에게 밑씻개로 던져 주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옛날의 고부(姑婦) 갈등이 짐작되기도 하지만 요즘 같으면 아들과 며느리의 이혼 사유가 될 듯도 하다.




금년은 초여름부터 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일교차가 컸기 때문인지 흔히 피지 않는다는 고구마 꽃도 우리 아파트 근처 텃밭에서 보았다. 또 8층 아파트 베란다의 난(蘭) 화분에서 야생화가 자생(自生)하며 꽃을 피우는 작지만 특별한 경사가 생겼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동양란과 관음죽이 자라고 있는 화분에서 낯선 풀의 새싹이 트는 것을 뽑지 않고 한 달 정도 지켜보았다. 하나는 개양귀비(일명 꽃양귀비)였다. 또 하나는 범부채인데, 잎이 부채를 펴 놓은 모양이고 꽃은 호랑이 무늬를 닮았다 하여 얻은 이름이란다. 이런 흔하지 않은 꽃씨들이 언제 어떻게 난 화분에 심어졌는지 궁금하고 신기했다.

화분에서 야생화를 키우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지만 한번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어려운 일을 몸과 마음으로 직접 해보아야 성취감이나 행복의 온도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스프레이로 물을 뿌려 습도 조절을 해주고, 4~5일에 한 번씩 물도 충분히 주고, 햇빛도 잘 받도록 화분도 옮겨주었다. 잎사귀와 줄기의 색깔이나 상태 등 생육(生育) 과정을 꼼꼼히 살펴보며 갓난아기처럼 온갖 정성을 들여 관리했다. 한 포기만 홀로 자라므로 쓰러지지 않게 굵은 철사로 버팀목도 해주었다. 뿌리내린 토양이 흙이 아닌 굵은 난석(蘭石)이라서 영양분이 부족할 것 같아 복합 비료를 물에 녹여 뿌리 근처에 조심스럽게 뿌려주기도 했다.

어느 날 개양귀비 꽃대가 나왔는데 자라면서 낚싯바늘처럼 구부러진다. 자라나는 환경이 알맞지 않아 꽃대가 시들어 구부러진 것으로 생각하고 깜짝 놀라서 전화로 여기저기 문의해 보았더니 원래 그렇게 자라는 것이라고 한다. 며칠이 지나니 굽었던 꽃대가 똑바로 서면서 붉고 부드러운 꽃잎이 동그랗게 열리며 아름답고 여성스러운 꽃을 피워올렸다. 무더위에 행복을 배달해준 고맙고 귀한 꽃 손님이었다. 계속해서 새로운 가지가 생기고 꽃대가 올라와 한 달이 넘도록 매일 꽃을 피워서 나와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었다.

새싹이 트고 삼 개월 정도 지난 범부채는 키가 60㎝가 넘게 자랐는데 언제쯤 호랑이 무늬 꽃이 필는지 학수고대(鶴首苦待)해 보지만 새로운 잎만 계속 피어 올렸다. 그런데 어느 날 잎이 아닌 줄기를 살며시 내밀었다. 자세히 보니 줄기가 아니고 꽃대였다. 꽃대는 가지를 내고 가지에서 또 가지를 내면서 여러 개의 꽃대가 됐다. 꽃대 끝에 대추씨 모양의 꽃봉오리가 생기고 며칠 지나니 푸른 줄무늬가 있는 불그스레한 만삭(滿朔)의 꽃봉오리로 자란다. 다음 날 아침식사 중에 작지만 예쁜 주황색 꽃잎에 검붉은 점이 있는 호랑이 무늬의 화사한 꽃이 피었다. 꽃은 여섯 개의 타원형 꽃잎과 세 개의 수술과 하나의 암술로 되어 있었다. 나는 아내와 함께 환영과 환호의 박수를 치며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했다.

우리 부부만 보기에는 아까워 인터넷으로 친구들에게 구경도 시켰다. 벌도 나비도 없으니 부드러운 붓으로 인공수정을 해주었더니 파란 피망 모양의 손톱만 한 열매도 맺었다. 갓 핀 꽃을 바라보면서 "마른장마에 유난히 무덥던 여름에 우리를 찾아와 삶에 새로운 활력과 행복을 주어 고맙다"고 혼자 중얼거렸다. 나는 행복에 겨워 나도 모르게 빙그레 웃고 있었다.

김천환 | 농어촌환경기술연구소 고문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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