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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가실의 수필 '천마산의 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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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옥가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0건 조회 1,290회 작성일 18-04-20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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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 '한국수필' 2018년 4월호에 게재된 "천머산의 봄"이란 수필입니다.

졸필이지만 읽어보시고 즐거운 시간되시고 충고의 글도 올려 주시기 바람니다.

          옥가실 올림.

 

 

                      천마산의 봄

                                                           김 천 환

겨울잠에서 깬 개구리가 알을 낳는다는 경칩(驚蟄) 무렵에 너도바람꽃이

피었다는 소식을 듣고 천마산 팔현계곡을 찾았다.

천마산(812.4m)은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다.

주변에 20여개 읍 면 동이 사방으로 둘러싸여있어 어미닭이 병아리를

포근하게 품고 있는 형국이다.

팔현계곡은 수목이 우거지고 골짜기가 깊어서 맑은 계곡물이 항상 흐르는 곳이다.

오늘따라 바람도 없고 사람도 보이지 않아 이른 봄의 조용한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가 살아 있는 천마산의 고동(鼓動)소리처럼 들린다.

 

계곡 물소리를 들어가면서 한참을 올라가다가 물가에 있는 바위에 앉아 쉬고 있었다.

너무 조용하다는 생각에 적막을 깨보려고 혼자 야호를 외치고 손뼉을 몇 번 쳤다.

손뼉소리에 놀란 다람쥐 한 마리가 어디선가 펄떡 뛰어나와 썩은 나무둥치에 올라가

사방을 살펴본다.

나도 갑자기 나타난 다람쥐에 깜짝 놀라 손도 움직이지 않고 숨소리도 참아가며

눈만 깜박거리고 있다가 다람쥐와 눈이 마주쳤다.

 

긴장된 시간이 조금 흐른 뒤 무심결에 다람쥐에게 가까이 오라는 신호로 입을

조금 벌리고 혀를 차는 것처럼 조그만 소리를 내 보았다. 다람쥐가 알아듣는 듯

고개를 갸웃갸웃하며 나를 바라본다. 나는 손가락도 꼼작 않고 혀 차는 소리만

계속 내 보았다. 다람쥐가 커다란 돌덩이를 펄쩍펄쩍 건너뛰어서 나를 향해 가까이 온다.

손에 잡힐 정도로 가까이 와서 나를 요리조리 살펴본다.

먹거리가 없어 배가 고픈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에게는 다람쥐가 먹을 만한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사진이라도 찍고 싶은데 내가 움직이면 다람쥐가 떠날 것 같아

꼼짝도 안하고 서로 눈만 바라보며 시간이 흐른다.

 

다람쥐가 땅콩 한조각도 없어요~’ 하며 중얼거리는 것처럼 입을 달싹달싹 거린다

 ‘그래 오늘은 준비된 것이 없어 미안하다고 나도 작은 소리로 중얼댄다.

내 마음이 전달되었는지 다람쥐는 꼬리를 번쩍 추켜들고 2~3m 정도 뛰어가다가

멈추더니 아쉬운 듯 나를 다시 바라본다. ‘잘 가라 귀여운 다람쥐야하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카메라에 다람쥐를 담는 사이에 펄쩍펄쩍 돌덩이를 건너뛰며 멀리 사라진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자연에 몰입되었던 시간이라 내 마음속에 다람쥐의

여운이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너도바람꽃이 필만 한 곳을 찾아 계속 올라가 보았지만 꽃이 보이지 않아 아쉬웠지만

 발길을 돌려 산을 내려오는데 건너편 나무 밑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이 보인다.

반가워서 가보니 여기저기 몇 포기씩 보이는 너도바람꽃을 사진기에 담고 있었다.

 

너도바람꽃은 땅에서 올라온 콩나물 줄기처럼 통통한 꽃줄기 끝에 검푸른

포엽(苞葉;꽃 봉우리를 감싸고 있던 잎)이 꽃 한 송이를 떠 받들고 있는 모양새이다.

꽁꽁 얼었던 땅을 뚫고 올라온 꽃은 귀엽기도 하지만 강인함과 신비로움이 느껴진다.

꽃모양은 별 하나짜리 장군계급장 모양의 하얀 꽃잎(꽃밭임) 다섯 조각이 봄

햇살에 눈부시게 빛난다. 너도바람꽃은 꽃잎이 퇴화되어 꿀샘이 되었고

하얀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꽃잎이 아닌 꽃받침이라고 한다.

      너도바람꽃.jpg   

              너도바람꽃


너도바람꽃을 더 찾아보려고 기웃거리다가 커다란 통나무 옆에 가랑잎 사이로

두툼한 황갈색 육질(肉質)의 물체가 눈에 뜨인다. 덮여있는 가랑잎을 조심스럽게

치워보니 앉은부채꽃 세 포기가 모여 있다. ~ 이게 무슨 행운인가.

사진으로만 보던 앉은부채꽃을 여기서 처음 만났으니 정말 기차게 반갑고 감사하다.

야사모’(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홈피에 올리면 동호인들이 무척

반가워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앉은부채.jpg

                         앉은부채꽃

앉은부채는 잎이 배추 잎사귀 모양인데 이른 봄에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

호리병의 반쪽처럼 생긴 불염포(佛焰苞)로 둥그런 꽃 덩어리를 살며시

감싸고 있는 모양새다. 꽃은 육질이고 네모졌는데 꽃들이 서로 붙어있어

거북등무늬처럼 보이지만 네모난 꽃잎 한가운데에 노란 꽃술이 있어 꽃송이

전체 모양은 도깨비방망이가 연상되기도 한다.

불염포도 두툼한 육질인데 노란색에 갈색의 무늬가 있고 끝이 뾰족하다.

 앉은부채꽃은 불염포를 후광(後光)으로 하여 부처님이 좌선할 때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있는 모습이 연상된다하여 꽃 이름을 앉은부처라고 했다가

후일 앉은부채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팔현계곡은 흐르는 물도 많지만 개울에 크고 작은 돌이나 바위들이 많다.

흐르는 계곡물은 악기도 없으면서 사람이 흉내 낼 수 없는 청량하고

다양한 물소리를 들려준다.

바위와 바위사이를 흐르면서 콸콸 소리를 내기도 하고 큰 돌 틈 속으로

흘러들어갔다 솟구쳐 나오며 꾸르륵 꾸르륵 소리를 내기도 한다.

 바닥이 평편하고 매끄러운 구간에서는 소리 없이 조용히 흐르다가 개울의

기울기가 급해져 흐름이 빨라지면 꽐꽐 소리를 내며 흐른다.

폭포는 안이지만 쏴아 하며 쏟아지는 소리와 바닥에 철퍽 철퍽 부딪치는

소리가 섞여 합창소리를 내기도 한다.

조그만 물줄기로 갈라져 흐르는 물은 졸졸졸 평화로운 소리를 내다가

경사가 급해지면 쫄쫄쫄 하면서 어린아이들이 종알거리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어떤 골짜기는 캐나다 록키산의 빙하가 연상될 정도로 제법 넓은 빙판의

얼음 골짜기도 있어 눈과 귀가 즐거운 산행이다. 얼음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는 때로는

꼬루록~ 꼬루록~하며 긴 장단을 맞추고 때로는 꼬록 꼬록 하며 짧은 장단을 맞추기도 한다.

11,000여 가지가 넘는 소리를 글자로 표시할 수 있다는 우리 한글로도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들을 정확하게 표현하기는 어려워 보이고 악기나 사람목소리로 흉내 내기도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자연만이 낼 수 있는 소리라지만 정말 다양하고 신기하다.

인간이 따라하지는 못하지만 자연의 오묘함을 보고 듣고 느끼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해지고 정신이 깨끗해지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

 

 

 

댓글목록

샘터돌이님의 댓글

no_profile 샘터돌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즈넉함과
소소함이 가득
풀과 봄의 미소가 가득한
진솔한 마음이
천마산을 가득 덮고있는
아름다운 마음이어라~.~*

설용화님의 댓글

설용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햐 천마산을 다닌 듯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천마산에 다닌지 벌써 10년은 되었겠군요

즐겁고 행복한 글 잘 읽었습니다.

풀나라님의 댓글

no_profile 풀나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진도 같이 볼 수 있었으면 더 생동감이 있었을것을 조금 아쉽네요
글이 참 맛깔스럽고 술술 잘 읽혀져서 재미나게 보았네요
한 편의 글이 감동스럽게 다가옵니다...^0^

옥가실님의 댓글의 댓글

no_profile 옥가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사합니다.
사진을 올려 보려고 했는데 올리는 방법을 잘 모라서
올려보니 박스 상단에 파일로 올라가네요.
아시면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설용화님의 댓글의 댓글

설용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목과 내용 쓰는 사이에 여러 바가 있습니다.

글 스타일,  크기, 글씨체, 등등이 있고
아래 오른쪽에서 3번째에 검정 바탕에 "사진" 이라고 써 있는 것을 크릭하시고
사진 넣으시고 글 쓰시 다가... 또 사진 크릭 하셔서 찾아서
넣으시면 사진을 많이 넣을 수 있습니다.

설용화님의 댓글의 댓글

설용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찾아보니 스피드웨이님이 자세히 설명한 글이 있습니다.

http://www.wildplant.kr/comzy/bbs/board.php?bo_table=w_club&wr_id=162476

반디지치님의 댓글

no_profile 반디지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마치 제가 계곡가에 있었던 느낌입니다.
계곡의 봄을 아름답게 표현하신 글 , 재미나게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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