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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복수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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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너나들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2,305회 작성일 12-12-1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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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복수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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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 제주 한라산 해발 400고지에서 눈 덮인 땅을 뚫고 나온 복수초(福壽草)가 노란 꽃망울을 활짝 피우는 사진이 실렸다. 그 사진을 보니 복수초를 얼음새꽃, 눈색이꽃, 설연(雪蓮), 철모르게꽃, 철모랭이꽃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만하게 한다.

복수초는 초본과(草本科)에서 가장 빨리 피는 꽃에 속한다. 그래서 어느 서해안 섬마을에서는 복수초를 철모르게꽃, 철모랭이꽃이라고 부른다. 또는 새해가 될 때 피는 꽃이라 원단화(元旦花)라고도 한다.

복수초는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속명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미소년을 뜻하는 아도니스(Adonis)이며, 꽃말은 동양에서는 영원한 행복이고, 서양에서는 슬픈 추억'이다.

나는 복수초를 서해안 자그만 섬마을에서 난생 처음으로 보았다. 거기서는 싸라기눈이 휘날리는 2월에 언 땅을 가뭇가뭇 비집고 나온다. 4월이 되면 울금빛 꽃망울을 터뜨리고 6월에 들어서면 지상에서 자취도 없이 사라진다. 땅 속에서 1년의 반을 지내다가 새해의 이른 녘에 첫 꽃이 피는 야생화이다.

 

복수초에 대한 그리스신화에 의하면 미소년 아도니스(Adonis)가 산짐승에게 물려 죽어가면서 흘린 피가 진홍빛 복수초를 피워냈다고 한다. 그런데 땅 속에 살고 있던 페르세포네라는 여신이 죽어 가는 아도니스를 살려냈고, 아도니스는 그가 평소 사랑하던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와는 지상에서 반년을, 페르세포네와는 지하에서 반년을 살도록 했다고 한다. 복수초는 또한 지하에서 살다가 봄이 되면 사랑의 이야기를 전하려고 지상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복수초를 피를 상징하기도 한다. 꽃말이 동양에서는 영원한 행복이지만, 서양에서는 슬픈 추억이라는 걸맞은 전설을 가지고 있다.

북해도의 원주민 아이누족은 복수초를 크론이라고 한다. 옛날 그곳에 아름다운 여신 크론이 살았다. 아버지가 용신에게 시집을 보내려고 하자 크론은 사랑하는 이와 야음을 타서 도망을 갔다. 화가 난 크론의 아버지는 끝까지 찾아내어 크론을 꽃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 꽃이 바로 영원한 행복을 찾아가다가 꽃이 되어버린 크론이 곧 복수초이다.

서해안의 작은 섬에는 복수초 군락이 있다. 울금빛 꽃망울과 꽃봉오리가 활짝 필 때에는 장관이 아닐 수 없다. 벌 나비들도 숨겨진 골짜기 향기를 넘나드는 아름다운 꽃이다. 그곳에서는 가장 먼저 피는 꽃이다. 그 섬에서는 철모르게꽃, 철모랭이꽃이라 부른다. 철도 모르게 일찌감치 피기 때문이다. 사실 복수초(福壽草)라는 한자어보다는 우리말 철모르게꽃, 철모랭이꽃이 더 어울리고 정감이 간다.

사실 복수초라는 한글 이름만 갖고서는 이 꽃의 이름에서는 피비린내 나는 전설을 떠올리게 한다. 복수의 화신이 결국 복수를 못하고 원통하게 죽은 자리에서 피어나는 꽃으로 말이다. 그러나 복수초(福壽草)를 한자로 병기하면 그 꽃이 주는 이미지는 180도로 반전된다. 복수초(福壽草)복 많이 받고 오래 살라라는 뜻이 담겨 있다. 따라서 동양인들이 좋아하는 꽃 중의 하나다. 그러나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꽃은 일찍 피기도 하지만 반년 못되게 지상생활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이토록 아름다운 복수초로 지내지만, 정작 복수초를 개발하여 상품화한 것은 일본이 앞선다. 일본에서는 온실에서 개화시켜 구정 설에 선물용 화분으로 출하한다고 한다. 새해에 복 많이 받고 오래 살라는 뜻으로.

 

따뜻한 봄날이 되면 마치 풍선이 부풀어 뜨듯이 꽃망울이 커져 그 화려한 꽃잎을 활짝 벌려 놓는다. 꽃잎이 2030장이나 되는 수많은 꽃잎들이 포개어 달린다. 한가운데에는 밝고 선명한 노란 수술들이 가득 모여 있다. 수술 속을 헤치면 방망이처럼 돌기가 난 연둣빛 암술이 자리 잡고 있다. 낮에는 빛이 있어 펼쳐지고 밤에는 살며시 오므린다. 이 꽃은 수명이 길지 않으며 검고 딱딱한 작은 열매를 맺은 후 시들어 버린다. 바로 여름잠이 시작되는 것이다. 싹이 튼 것은 23년이 지나야 꽃봉오리를 맺는다.

복수초는 목본(木本)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꽃을 벙그는 야생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교생활 3년 동안 가장 사랑했던 꽃이 복수초이다. 지금도 가끔 복수초 군락의 짙은 녹색 장원과 그 위에서 피는 울금빛 꽃의 장관이 눈에 선하다.

영원한 행복 복수초, 지상과 지하의 두 사랑의 슬픈 밀어와 추억을 나는 잊지 못한다.

복수초는 상사화(相思花)외 비슷하다. 상사화는 이른 봄에 잎이 무성히 나오다가 어느 날 잎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러다가 꽃대궁만 어느 날 갑자가 삐쭉 올라와 꽃을 피우고 그마저도 소리 없이 지상에서 사라져버리고 마는 것처럼.

미소년 아도니스, 얼음새꽃이며 철모르게꽃!

영원한 행복인 동시에 슬픈 추억을 이야기하는 꽃, 우리나라 미소년 배우 장동건의 팬클럽이름이 아도니스임이 무관하지 않다.

올해도 눈 덮인 제주도 한라산에서 봄의 화신이 복수초가 꽃피운다는 소식을 전하더니 한 달 후에는 대관령에서 눈꽃 속에서 핀 복수초의 사진이 나를 반긴다. 얼마 안 있으면 그 섬에서도 복수초가 피우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엊그제 복수초에 대한 슬픈 소식이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작년에 그 섬의 복수초 군락이 사그리 토벌 당하였다고 한다. 한 포기에 500원씩 눈독 드린 외지인이 차떼기로 한탕해갔다고 한다. 아마 우리도 어느 정당처럼 차떼기가 유행인가 보다. 씨가 마르다시피 하였다고 한다. 내가 있을 적에도 섬나리 한 뿌리를 500원에 사가 온 섬의 섬나리가 수난을 당했던 것처럼. 그 섬은 워낙 삶이 척박해서 아마 너도나도 뽑혀졌으리라.

복수초는 영원한 행복을 기약하고 기다리는 꽃이다. 이 꽃은 한 생애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 반년 이상을 땅 속에서 기다린다. 마치 매미가 땅 속에서 67년 살다가 지상에서 여름 한철 지나고 생을 마무리하듯이…….

순식간에 얼짱이 되고 몸짱이 되는 이 속도전의 시대에 기다린다는 것은 바보 같은 사치가 되어 가고 있다.

 

내가 있을 때 본 복수초 군락이 마지막 장관이었을 것이다.

 

- 이유미의 한국의 야생화에서 다수 인용함 -

댓글목록

지강님의 댓글

지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갑자기 왜 **기 용어를 들고 오시는지 , 잘 나가다가 분위기가 확 깹니다,,
유익한 정보와 함께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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