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철의 꽃이야기] 변산바람꽃 아씨가 오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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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우구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1건 조회 3,469회 작성일 15-02-17 08:09본문
새해 가장 먼저 피는 봄 傳令… 여수 향일암 山行 중 '알현'
연두·보라 꽃술이 바람에 흔들… 무리 중 제일 예뻐 '미스 바람꽃'
1993년 변산에서 채집한 특산種… 복수초와 함께 초봄을 대표해
연두색 암술, 연한 보라색 수술에다 초록색 깔때기처럼 생긴 기관이 꽃술 주변을 빙 둘러싼 것이 영락없는 변산바람꽃이었다. 곳곳에 두세 송이씩 널려 있고, 십여 송이가 무더기로 피어 있는 곳도 있었다. 이곳은 육지에선 가장 먼저 변산바람꽃이 피는 곳이다. 올해 꽃다운 꽃과는 첫 만남이라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수줍은 듯 꽃봉오리에 연한 분홍빛이 도는 것 같기도 했다. 사람들이 이 꽃을 '변산 아씨'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변산바람꽃은 복수초와 함께 봄이 오는 것을 알리는 대표적인 꽃이다. 일반인에게는 좀 낯설 수 있지만 야생화에 관심 있는 사람에겐 익숙한 꽃이다.
이 꽃은 찬바람이 채 가시지 않은 2~3월에 핀다. 그래서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새해 첫 꽃 산행(山行) 대상은 변산바람꽃인 경우가 많다. 변산바람꽃 사진을 올리며 새해 첫 '알현'의 기쁨을 담은 표현을 덧붙이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요즘은 이름이 좀 알려지면 야생화도 금방 수목원이나 공원에서 볼 수 있는데 변산바람꽃은 아직도 산에, 그것도 좀 깊은 산에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꽃이다.
변산바람꽃은 1993년에야 세상에 알려진 신종(新種)이다. 그 전엔 이 꽃을 보고도 비슷하게 생긴 너도바람꽃의 변종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래서 이 꽃에 대한 신비감도 좀 남아 있다. 여기에다 변산바람꽃이라는 낭만적 이름, 우리나라 특산종이라는 사실까지 아우러져 어느새 초봄을 대표하는 꽃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제는 야생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초봄에 반드시 만나고 싶어 하는 '잇(It) 아이템' 야생화다.
더구나 비교적 단순한 다른 바람꽃과 달리 연두색 암술, 연한 보라색 수술, 초록색 깔때기 모양 기관 등 꽃이 볼거리로 가득 차 있다. 꽃 구조도 적당하게 호기심을 자극할 만큼 특이하다. 꽃잎처럼 보이는 하얀 잎 다섯 장은 사실 꽃받침이고, 꽃술 주변을 둘러싼 깔때기 모양 기관 열 개 안팎은 퇴화한 꽃잎이라니 신기할 따름이다.
꽃 이름은 전북 변산반도에서 처음 발견됐다고 해서 붙었다. 옛날엔 식물 조사를 4월 정도에야 시작했기 때문에 2월에 피기 시작해 3월이면 다 져버리는 변산바람꽃을 잘 몰랐다. 그 후 해안가를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이달 말이나 3월 초부터는 수리산(경기도 군포) 등 수도권 산에서도 볼 수 있다. 풍도(경기도 안산)에 있는 변산바람꽃은 따로 풍도바람꽃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 있을 정도로 자라는 지역에 따라 꽃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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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대개 변산바람꽃과 세트로 등장하는 꽃이 복수초다. 향일암 일대에서도 유난히 크고 선명한 복수초를 볼 수 있었다. 햇빛이 비치면 마치 어두운 숲 속에 등잔을 켜놓은 것처럼 환했다. 이 꽃을 보고 왜 복수초를 황금잔에 비유하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눈이 내렸을 때 피어 있는 복수초는 야생화 마니아들이 꼭 한번 사진에 담고 싶은 장면이다. 복수초(福壽草)라는 이름엔 복과 장수의 바람이 담겨 있다.
바람꽃 종류의 속명(屬名)은 대개 '아네모네(Anemone)'인데 그리스어로 '바람의 딸'이라는 뜻이다(변산바람꽃은 너도바람꽃속). 바람꽃 종류는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가냘프게 흔들린다. 그래서 바람꽃이라는 이름이 붙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변산바람꽃 등 바람꽃 종류는 대개 이른 봄에 꽃을 피워 번식을 마치고 주변 나무들의 잎이 나기 전에 광합성을 해서 덩이뿌리에 영양분을 가득 저장하는 생활사를 가졌다. 남들보다 한발 앞서가는 부지런한 식물인 것이다. 변산바람꽃을 시작으로 너도바람꽃, 꽃대 하나에 여러 송이가 달리는 만주바람꽃, 비교적 꽃이 큰 꿩의바람꽃, 꽃대에 한 송이만 피는 홀아비바람꽃, 꽃이 노란 회리바람꽃 등이 봄에 피고, 8월에 설악산에서 피는 그냥 바람꽃까지 우리나라에 바람꽃 10여 종이 있다. 이 중 변산바람꽃이 제일 예쁘다는 사람이 많다. 변산바람꽃이 '미스 바람꽃'인 셈이다. 이처럼 신종 등록을 생일로 치면 올해 스물두 살인 변산바람꽃은 꽃도 예쁘고 스토리도 많다.
변산바람꽃이 피었으니 봄이 성큼 다가온 것이다. 이제부터 추위는 꽃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라고 할 수 있다. 변산바람꽃을 시작으로 올해도 펼쳐질 야생화 향연을 생각하니 가슴 설렌다.
김민철 사회정책부 차장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댓글목록
산맨님의 댓글
산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변산 바람꽃처자 이야기 꽃처럼 예쁘네...
헌대...
울동네는 설날 앞두고 지금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네요...
설에 눈이오며는 올 한해 농사는 풍년이라는대...
울 님들도 올한해 지금 풍성하게 내리는 눈처럼 한해 풍성한 한해가 되길 기원 합니다...
새해 건강하이소...
우면산님의 댓글의 댓글
우면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산맨닙, 고맙습니다. ^^ 산맨님도 올 한해 여러가지로 대박나셨으면 좋겠습니다. ^^
토담님의 댓글
토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침신문에서 잘 읽었습니다.
제가 느끼기엔 변산바람꽃하면, 향일암바람꽃이 그 중 미모가 출중한것 같아요.
봄정모 때나 또 만나겠죠?..^^
대박님의 댓글
대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따금씩 새로운 의미들을 배우게 되어 참 좋아요..
변산바람의 유래도 첨이라 너무나 기분이 좋구요..
항상 새롭고 멋진 정보를 갈켜주셔서 감사합니다..
꼬레아님의 댓글
꼬레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변산아씨가 의외로 고도의 생존 전략술을 펄치는 처자인 걸 알고서 깜짝 놀랬습니다.
숲에 사는 수많은 식물과의 처절한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춥지만 그 추위를 좀 이겨 내면서
다른 개체와 경쟁할 필요없이 제일 1등으로 세상에 나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는 뛰어난 해법을 구사하고 있더군요.
작으마한 변산 색시한테서 한 수 지혜를 배워 갑니다.
어렵고 힘든 삶이 우리를 때론 슬프게 하지만 서두요 말입니다.
변산이 한 번 보고 힘냅시다요. ~~~
몽블랑님의 댓글
몽블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난번 번개시 함께 하지 못해 죄송하네요
바람꽃중에 가장 아름다운 꽃이 변산바람꽃인 것은 틀림없을 것 같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대전청솔님의 댓글
대전청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찐한 생명력으로 이곳까지 와서 터전을 잡고 있군요
울동네에서 발견된것은 한5~6년 정도 ..... 그때만 해도 요즘같이 많은 인원이 오질않았는데....
가슴이따뜻한사람님의 댓글
가슴이따뜻한사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추위속에서도 가장먼저 꽃을 피우는 강인함이 놀랍습니다.
지강님의 댓글
지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자료로 풀어낸 꽃 이야기 감사히 봅니다. 마음까지 풍성해 집니다.
옥가실님의 댓글
옥가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당장 찾아가보고 싶지만 여의치 않네요
봄 소식과 함께 공부도 많이 했어요
감사합니다.
물안개아재님의 댓글
물안개아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변산아씨 눈길을 한번더줘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