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자유게시판

김민철의 꽃이야기- "사진꾼은 싫어요" 꽃들의 絶叫

페이지 정보

작성자 no_profile 우구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4건 조회 3,173회 작성일 15-03-24 09:41

본문

[김민철의 꽃이야기] "사진꾼은 싫어요" 꽃들의 絶叫

입력 : 2015.03.24 03:00

'연출 사진' 찍겠다는 욕심으로 동강할미꽃 묵은잎 잘라내…
雪中花 찍겠다고 눈 뿌리고 다른 사람 못 찍게 꽃대 꺾기도
꽃피는 계절마다 '꽃쟁이'들 탄식… 자연 그대로 즐겨야 지속 가능


요즘 강원도 동강엔 동강할미꽃이 한창이다. 동강 유역 절벽 바위 틈에서 자라는 우리나라 특산 식물이다. 연분홍 꽃잎에 노란 꽃술이 조화를 이룬 것이 너무 예뻐 이맘때 동강은 이 꽃을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런데 가끔 서식지에서 실랑이가 벌어지는 경우가 있다. 동강할미꽃 묵은잎을 자르고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식물은, 특히 동강할미꽃처럼 암반 지대에 사는 식물은 묵은잎이 그대로 있어야 수분을 유지하고 이른 봄 추위를 견딜 수 있다. 함부로 자르면 자칫 꽃에 치명상을 가할 수도 있다. 그래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깜짝 놀라 말리면 "왜 간섭이냐?"고 고성(高聲)이 오가는 경우가 생긴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한 야생화 애호가는 최근 "동강 유역에서 가장 꽃대가 많은 동강할미꽃 포기 묵은잎을 누군가 싹뚝 잘라 놓았더라"고 탄식하며 관련 사진을 올렸다.

하지만 묵은잎을 자르는 정도는 그나마 양반이라고 해야 할까. 경기도 수리산은 2~3월 변산바람꽃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갔을 때 파란 이끼 위에 변산바람꽃과 노루귀가 나란히 피어 있는 것이 보여 반가운 나머지 셔터를 눌렀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꽃이 기운 없이 시들어 보였다. 꽃대를 만져보니 둘 다 스르르 빠져버렸다. 누군가 꽃을 꺾어다 꽂아 놓고 사진을 찍은 것이었다.

10여년 동안 꽃을 찾아다니며 차마 못 볼 장면을 적지 않게 보았다. 꽃에 물방울이 맺힌 사진을 찍는다고 분무기로 물을 뿌리는 사람(꽃잎에 물을 뿌리면 수정 전에 꽃잎이 마를 수 있다), 꽃송이 방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이리저리 돌리며 찍는 사람, 주변의 낙엽을 싹 걷어내고 그대로 가는 사람(낙엽은 야생화에게 추위와 건조를 막아주는 이불이나 마찬가지다)…. 약간의 주변 정리는 어쩔 수 없더라도 꽃의 생태에 영향을 주며 '연출 사진'을 찍는 것은 꽃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이른 봄에 복수초·노루귀 등이 눈 속에서 핀 설중화(雪中花)를 찍는 것은 많은 '꽃쟁이'들의 로망이다. 그런데 눈을 가져와 뿌리고 찍는 사람, 꽃대를 꺾어 눈 위에 꽂고 찍는 사람 등을 본 적이 있다. 눈을 뿌리면 갑자기 온도가 내려가 식물이 동사할 수도 있다. 심지어 한 야생화 사이트에는 아이스박스까지 가져와 노루귀 주변에 소금과 얼음을 뿌리고 사진을 찍는 장면도 올라와 있다. 이런 연출 사진이 사진전에서 상을 받는 경우가 있는 모양이다. 꽃쟁이 중에는 "물 뿌린 사진 같은 연출 사진에 상을 주는 사람들의 정신 상태가 궁금하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예쁜 꽃을 보고 잠시 후 빛이 더 좋아져서 하나 더 찍으려고 돌아와 보니 그 사이에 누군가 꽃대를 잘라 놓았더라는 목격담은 꽃쟁이들 사이에서 흔히 들을 수 있다. 누군가 자기 이후에는 사진을 못 찍게 하려고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이런 경우 "(꽃) 영정 사진을 찍었다"고 말한다.

[김민철의 꽃이야기] '사진꾼은 싫어요' 꽃들의 絶叫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누가 이런 짓을 할까. 꽃을 찾아 다니다 보면 두 부류의 사람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꽃이 좋아서 사진을 찍는 사람과 사진을 찍다가 꽃도 찍는 사람이다. 각각 이른바 '꽃쟁이'와 '사진꾼'인데, 아무래도 사진을 중시하는 사람 중에 꽃을 아끼기보다는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꽃을 훼손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이쪽에서 가장 유명한 일화는 어느 사진작가가 구도 설정을 위해 2011년부터 3년간 대표적인 금강송 군락지인 경북 울진군에서 금강송 20여 그루를 베어낸 것이다. 이 사람은 무단 벌목을 한 다음에 찍은 사진을 여러 사진 전시회에 출품했다. 한국사진작가협회는 2014년 이 사람을 협회에서 제명했다.

지난해 또는 불과 며칠 전까지 꽃이 분명히 있었는데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누군가 캐간 것이다. 깊은 산에서 자생하는 것을 캐다 심으면 대부분 2~3년 내 죽는다. 환경이 다른 데다가 땅 속 박테리아와 공생하는 경우가 많아서 적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무분별한 채취로 복주머니난 등 멸종(滅種) 위기에 처한 식물이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무리 조심해도 꽃을 찾아가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꽃을 훼손하는 일임은 부인할 수 없다. 꽃쟁이들의 고민 중 하나다. 한 야생화 애호가는 "내가 꽃을 사랑하는 것이 꽃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 같아 정말 미안하다"며 "찾지 않는 것이 보호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지만 보고 싶어 다시 길을 나서곤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앞으론 강좌를 개설해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만 야생화 탐사를 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로서는 자연의 복원력을 믿고 최대한 조심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전국적으로 매화가 만개했고 산수유, 생강나무도 노란 꽃망울을 터트렸다. 서울에서도 막 개나리, 진달래가 피기 시작했다. 이런 좋은 계절에 새 봄을 예찬하는 글이 아니라 꽃 훼손을 걱정하는 글을 쓰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희귀한 식물은 수목원에 가야 겨우 볼 수 있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김민철 사회정책부 차장  사회정책부 차장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댓글목록

킹스밸리님의 댓글

no_profile 킹스밸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글이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바른 방향으로 인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면산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박다리님의 댓글

no_profile 박다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면산님.... 정말 좋은글 감사합니다.
많이 전파되어 서로가 우리 식물과 야생화를 보호하는 마음들이 전국에 퍼져나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몽블랑님의 댓글

몽블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말 좋은 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글을 읽고 꽃을, 자연을 좀더 보호해야겠다고 생각하고 행동했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주말마다 번개치고 꽃을 보러 다니면서 꽃들에게 상처를 줄까봐 미안한 맘을 갖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있습니다

설용화님의 댓글

설용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랑한다고 아픔을 주고 있다는...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냥 조심스럽게
아무도 모르게
사랑 해야겠다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도랑가재님의 댓글

no_profile 도랑가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다 가다 등산로에 버려진 꽃 한송이는 그래도 이해할 수 있는 장면이었지만
꽃밭에서 싹둑 잘려진 뽑혀져있는 모습은 정말 가슴아픈 장면들이죠 ~

동천님의 댓글

no_profile 동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인터넷판으로 기사 읽었습니다.
김민철 기자께서 시의 적절하게 잘 지적해 주셨군요.
많은 사람들이 기사 읽고, 다시한 번 생각과 각오와 행동를 가다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나무그림님의 댓글

no_profile 나무그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면산님이 큰일을 하시는군요.
많은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저지르는 실수?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저도 사진하시는분 몇분 알고계신데 사진얘기하다보면 공모전얘기가 빠지지않고 나옵니다.
그래서 그분들이 사진찍으러갈때 같이 가자해도
꽃밭도 새들의 놀이터도 알려드릴수가 없었답니다.
이야기를 듣다보면 날아가는 새들도 안전하지 않을듯싶더군요.
그래도 모두가 그러진 않으시겠죠!

가슴이따뜻한사람님의 댓글

no_profile 가슴이따뜻한사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 화사하고 좋은 봄날 꽃 예찬이 아니라 훼손을 걱정하는 글을 쓰는
우면산님의 우려가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꼬레아님의 댓글

no_profile 꼬레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멸종위기종 광릉요강꽃은 벌써 개인 수목원에서만 볼 수 있게 된 거 맞죠?
복주머니란 거의 그런 쪽으로 가고 있지요.
예측을 잘 해야 돈이 되는데
십시일반 야사모펀드를 조성하여
부지를 마련
종 복원사업을
펼쳐야 할 싯점이라 사료되옵나이다.
임원진 및 횐 여러분 심사숙고하여 주시기 바라나이다.

옥가실님의 댓글

no_profile 옥가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말 공감합니다.
문제제기를 잘하시었네요
사진꾼은 물론 꽃쟁이도 무슨 대책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함니다.
초년생이라 모르는 것이 너무 많지만
꽃구경 몇번 했는데 보호대책이 꼭 필요하다고 느끼네요.

가야금님의 댓글

가야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정말 사진꾼들이 싫어요~
반사판으로 뜨겁고 누부시게 하고 물뿌리개로 깜짝 놀라게하고 원하지 않는 이끼이불 깔아주고 눈 만들어주고 그런 사람들, 그리고 동강할미꽃의 지난 잎들을 마구 뜯어낸 사람들 미워요~

이기현님의 댓글

no_profile 이기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가 회의를 느끼는 바를 잘표현해 주셨군요
아무리 사진이 좋다지만 지킬것은 지킬줄 아는 미덕이 필요한것 같네요

우면산님의 댓글

no_profile 우면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많은 분들의 공감 또는 격려 감사합니다. ^^
그동안 보고 느낀 것에다, 야사모에서 그동안 논의해온 내용들을 정리하는 기분으로 썼습니다.
앞으로도 이문제와 관련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더 고민해보겠습니다.

 Total 4,655건 18 페이지
자유게시판 목록
제목
설용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94
no_profile 알리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8
no_profile 알리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77
no_profile 나무그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08
no_profile 송내리언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29
no_profile 가슴이따뜻한사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39
지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58
no_profile 우구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74
지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44
no_profile 백작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47
no_profile 우구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49
no_profile 우구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84
지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20
no_profile 박다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48
no_profile 옥가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45
몽블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82
일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01
지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92
no_profile 우구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74
설용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