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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의 꽃이야기-연애 한 번 못해 보는 꽃, 水菊과 佛頭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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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우구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9건 조회 2,804회 작성일 15-06-02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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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철의 꽃이야기] 연애 한 번 못해 보는 꽃, 水菊과 佛頭花

입력 : 2015.06.02 03:00

산수국·백당나무 개량해 헛꽃만 피게 한 수국·불두화
벌·나비 안 찾고 수정도 못해… 수국은 토양 따라 꽃색 변화
초파일 만개 불두화, 절에 많아… 예쁜 꽃 덕분에 번식엔 대성공


꽃은 원래 사람들이 감상하라고 피는 것이 아니다. 식물의 생식기관으로 수정을 거쳐 자손을 퍼트리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수정을 하지 못하는 꽃들이 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수국(水菊)과 불두화(佛頭花)가 대표적이다. 이 꽃들은 암술·수술이 없거나 퇴화해 수정을 하지 못한다. 벌이나 나비가 관심을 갖지도 않는다. 연애 한 번 못해 보는 꽃인 셈이다.

수국은 전 세계 화단을 장식하는 대표적인 꽃 중 하나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물을 좋아하고 피는 시기도 6~7월 장마철이다. 요즘 꽃집 앞엔 빨리 개화시킨 수국을 전시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원산지가 중국인데 유럽·일본 사람들이 가져다 다양하게 교배시켜 오늘날 우리가 보는 원예품종 수국으로 만들었다.

꽃색은 토양의 산성 농도에 따라 여러 가지로 변한다. 중성이면 하얀색, 산성이면 청보라색, 알칼리성이면 연분홍색으로 변하는 식이다. 그래서 토양에 첨가제를 넣어 꽃 색깔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 전남 신안군은 지난해 도초도 폐교를 활용해 수국은 물론 산수국·불두화·나무수국 등을 심은 수국공원을 조성했다.
(좌) 수국, (우) 산수국
(좌) 수국, (우) 산수국

숲속에서 피는 산수국은 가장자리에 곤충의 시선을 끄는 무성화(헛꽃), 안쪽에 유성화가 있는 특이한 모양을 가졌다. 지난 주말 서울 서리풀공원 등산로를 걷다 보니 산수국 헛꽃은 하나씩 피고, 유성화는 꽃망울이 맺혀 있었다. 한여름에 산속에서 청보랏빛 산수국 꽃송이들을 보면 신비로울 정도로 아름답다. 야생의 산수국에서 유성화는 없애고 무성화만 남게 개량한 것이 수국이다.

이처럼 수국은 헛꽃만 피게 만든 꽃이기 때문에 씨가 생기지 않는다. 성석제의 단편 '협죽도 그늘 아래' 후반부엔 "여자의 발 가까이 도랑이 있고 도랑가에는 보랏빛 수국이 피었다" "가시리 사람들은 수국을 과부꽃이라 부른다"와 같이 수국이 비중 있게 나온다. 그런데 "인가나 절에서 도랑을 따라 (수국) 씨나 싹이 흘러왔을지도 모른다"는 표현은 잘못된 것이다.
(좌) 불두화, (우) 백당나무
(좌) 불두화, (우) 백당나무
초파일 즈음 만개(滿開)하는 불두화는 요즘 막 지고 있다. 불두화도 수국처럼 헛꽃만 있어서 벌이나 나비를 불러 수정하고 열매를 맺는 것을 초월한 꽃이다. 꽃 모양이 부처님 머리 모양을 닮았다 하여 불두화(佛頭花)라는 이름을 가졌다. 꽃이 처음엔 노란빛을 띤 연초록에서 점점 흰색으로 바뀐다.

불두화는 절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대개 산사 앞마당에 심어 놓았는데 서울 조계사 곳곳에도 불두화를 심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더구나 음력 4월 초파일 즈음에 만개하니 불교와 인연이 많은 꽃임이 분명하다. 불두화의 영어 이름은 눈싸움할 때 쓰는 눈뭉치처럼 생겼다고 해서 'Snowball Tree'다.

불두화는 백당나무를 개량한 것이다. 백당나무는 산수국처럼 전체 꽃덩이 가장자리에 곤충을 부르는 역할을 하는 무성화가, 안쪽에 실제 꽃가루받이를 해서 열매를 맺는 유성화가 있다. 백당나무는 산에서 자라는데 요즘은 공원이나 화단에서도 가끔 볼 수 있다. 가을에 빨갛게 익는 열매는 '사랑의 열매' 같이 생겼다. 이 백당나무에서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무성화만 남겨놓은 것이 불두화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수국과 불두화는 얼핏 보기에 비슷해 혼동하는 사람이 많다. 예를 들어 조정래 장편소설 '허수아비춤'에서도 "아파트의 작은 화단에 탐스럽게 큰 하얀 꽃송이가 덩이덩이 피어 있었다. 그 복스럽게 덩이진 꽃은 수국이었다. (중략) 절에서는 불두화라 부르지요"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수국과 불두화는 엄연히 다르다. 모체(母體) 나무가 달라 수국은 범의귓과에, 불두화는 인동과에 속한다. 잎을 보면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다. 수국 잎은 먹는 깻잎처럼 생겼지만 불두화는 단풍잎 모양으로 세 갈래로 갈라져 있다. 피는 시기도 불두화는 음력 4월 초파일 즈음이고, 수국은 양력 6~7월 장마철이다.

수국과 불두화는 씨앗을 만들지 못하는데 어떻게 번식하는 것일까. 자체적으로 번식할 수는 없고 사람이 꺾꽂이나 휘묻이, 포기나누기 등으로 번식시키고 있다. 그러나 주변에서 어느 꽃보다 흔히 볼 수 있다. 수국과 불두화는 수정을 하지 않지만 꽃이 예쁘다는 장점을 활용해 번식에는 대성공한 것이다. '꽃의 제국'의 저자 강혜순 성신여대 교수는 "수국과 불두화는 인간이 관리하지 않으면 존속할 수 없는 식물"이라며 "거꾸로 말하면 수국과 불두화가 아름다운 꽃을 피워 인간을 이용해 번식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리하면 수국과 불두화는 무성화만 있고, 산수국과 백당나무는 무성화가 유성화를 감싸고 있는 형태다. 그리고 산수국에서 무성화만 남겨 놓은 것이 수국, 백당나무에서 무성화만 남겨놓은 것이 불두화다. 그래서 산수국과 백당나무는 열매가 있지만 수국과 불두화는 열매가 없다. 나무수국도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는데 꽃송이가 둥근 공 형태가 아니라 갈수록 좁아지는 둥근 원뿔형이고 무거워 아래로 살짝 늘어지듯 피기 때문에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나무수국
나무수국

김민철 사회정책부 차장 사진

          
김민철 사회정책부 차장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댓글목록

설용화님의 댓글

설용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조금은 슬픈 꽃이야기 이군요^^

저는 꽃을 볼때 마다
암술과 수술을 과감하게 보이는
그 저돌성에 감탄하고는 하는데
전혀 다른 꽃들 이군요

지강님의 댓글

지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수국을 칠불화라 부르는 어떤 할머니가 계시더군요.
그래서 일곱가지 색이 보이는지 꾸준히 찾아 보았지만 , 아직 다 못 보았습니다.
수국의 색은 피는 시기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흰색에서->붉은 색으로..
꽃이야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메르스 담당 하시면서 조심 하이소,,

엘사이모님의 댓글

no_profile 엘사이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뜻깊게 읽었습니다.
아울러 모르고 있었던 사실을 자세히 알수있게되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좋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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